자연에서 영감 얻어 ‘생명의 나무인 교회’ 표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말하면, 자연스럽게 한 건축가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이 도시에 성가정 성당인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를 설계한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1852~1926년)다. 가우디는 성가정 성당 뿐만 아니라 구엘 공원과 여러 가정이 거주할 수 있는 저택 등 아름다운 건축물을 바르셀로나 곳곳에 남겼다.
바르셀로나가 확장되던 시기인 1877년에 대지를 구입한 교회는 신자들의 감소를 막고 신앙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 성당 건축을 계획했다. 처음에는 건축가 프란치스코 드 파울라(Francisco de Paula)가 신고딕 양식의 성당을 설계해 1882년 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일 년 후인 1883년 31세의 가우디가 수석 건축가로 임명돼 성당 건축 책임을 맡게 됐다. 가우디는 파울라의 설계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특별한 양식으로 바꿔 성당을 건축했다. 그는 자연을 통해 받은 다양한 영감을 성당 곳곳에 담으며 전적으로 새로운 성당을 만들어 갔다. 가우디가 생전에 완성한 곳은 예수 탄생을 주제로 장식한 전면과 한 개의 탑, 측량과 지하 경당이었다. 작업이 이처럼 느리게 진행된 것은 건축가가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계속 설계를 변경하며 보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세부 설계 디자인과 여러 모형들을 남겼기 때문에, 후에 다른 건축가들을 통해 성당 건축은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 가우디가 세상을 떠난 후엔 자금 부족과 시민전쟁 발발로 건축은 천천히 진행돼, 2000년에야 비로소 성당 지붕을 완성할 수 있었다. 2026년에 완공을 목표로 작업 중인데, 그 해는 가우디가 세상을 떠나 하느님 품에 안긴지 꼭 100주년이 되는 해다. 성가정 성당에는 둥근 형태의 아름다운 종탑이 하늘 높게 솟아 있다. 성당이 완성되면 총 18개의 종탑이 장관을 이룰 것이다. 전면과 후면, 측면에는 각각 네 개의 종탑이 있는데, 이것은 네 복음사가를 상징한다. 각 종탑의 높이는 90~120m로 차이가 나며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1852년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태어난 가우디는 자연 속에서 성장했다. 나무나 식물, 하늘과 구름은 한결같은 친구였으며, 그의 건축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성당 전면의 흘러내리는 듯한 장식도 그가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의 바위와 비슷하다. 성당 내부의 큰 기둥과 그 위에서 뻗어난 작은 기둥은 커다란 나무와 가지를, 천장을 가득 덮은 별처럼 생긴 장식은 나뭇잎을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형상들은 ‘생명의 나무’인 교회 안에서 사람들이 편히 쉬며 하느님을 찾도록 도와준다. 또한 유리화를 통해 들어오는 빛은 성당에 신비스러움을 더해 준다.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