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독점 아닌 ‘상생과 나눔’ 통해 성장해온 ‘빵집’ 대전역 앞에 천막 치고 장사 시작 어려운 이웃에게 매일 빵 나눠 신앙심 바탕으로 ‘공유경제’ 실천 60주년 맞아 ‘교황 축복장’ 받아
시작은 정확히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임길순(암브로시오) 성심당 창업자는 60년 전, 대전역 앞에 천막을 치고 찐빵을 쪄서 팔았다. 6.25 한국 전쟁 당시 그는 흥남부두에서 기적적으로 배를 탈 수 있었다. 그때 다짐했다. “이번에 살아날 수 있다면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 허름한 노점에서 그는 늘 팔리는 양 이상으로 빵을 만들었다. 순전히 굶주린 이웃들을 먹이고자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밑천은 밀가루 두 포대가 전부였다. 하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과 빵을 나눠왔다.
아들인 임영진(요셉) 성심당 대표와 부인 김미진(아녜스) 이사의 일상도 같다. 어떤 날엔 파는 빵보다 기부하는 빵이 더 많을 정도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단팥빵과 소보로, 도넛의 3단 합체라고 불리는 ‘튀김소보로’를 만들고, 처음으로 포장빙수를 개발하면서 제빵계의 ‘트렌드 세터’로 더욱 각광을 받았다. 그래도 성심당은 누구나 다 진출하길 원하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로 나서지 않았다. 엄청난 이윤을 낼 수 있는 권유들을 모두 물리쳤다. 도리어 더욱 지역 사회 속으로 파고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대전 원도심은 쇠락하고,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제과 트렌드는 바뀌고,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의 공세도 날로 거세졌다. 설상가상 큰 불로 성심당 전체가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심당은 대전 시민들과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하려는 뜻을 꺾지 않았다. 도리어 ‘EoC(Economy of Communion) 공유경제’ 시스템을 더욱 본격적으로 갖췄다. 그 밑바탕에는 깊은 신앙심이 자리한다. ‘EoC 공유경제’는 포콜라레 운동의 창시자인 끼아라 루빅 여사가 제안한 경제 개념으로, 자본이 아니라 인간과 윤리가 중심이 되는 경제를 실현하는 모델이다. 구체적으로 기업 이익의 3분의 1을 기업에 재투자하고, 3분의 1은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이들에게 제공하고, 또 다른 나머지는 공유경제를 전할 이들을 양성하는 데 쓰는 형태 등을 보인다. 성심당은 경영이 가장 어려운 시절에, 도리어 직원 월급 만큼의 이윤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내어놓았다. 1999년 IMF 외환위기 때도 사람을 쳐내는 구조조정을 하는 대신, 직원들과 힘을 모아 매출을 올리는 방안을 택했다. 2001년엔 투명 경영 법인을 설립하고, 이어 직원들과 함께 ‘무지개 프로젝트’도 내세웠다. 공유경제 기업으로서 올바른 경제활동을 하고, 정직한 재료와 환경보호로 인간의 존엄성을 갖는다 등의 신념을 밝혀 일하는 프로젝트였다. 현재 성심당은 400여 명의 임직원뿐 아니라 대전·충청 지역의 다수 농가와 다양한 분야의 협력업체들, 대전 지역 사회적 기업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종의 ‘사회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직원 인사고과의 40%는 동료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평가 기준일 정도다.오늘날의 성심당은 경쟁이 아닌 상생, 독점이 아닌 나눔의 경영이 만들었다. 그렇게 기업의 생존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의 변화를 지향하는 이야기들이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에 담겨 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60주년을 맞은 성심당에 축하메시지와 친필 서명을 담은 축복장을 보내왔다. 이 축복장은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교황을 대신해 성심당에 전달했다. 또 성심당은 창업 60주년을 맞아, 10월 18일~11월 13일 옛 충남도지사 공관에서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성심당의 지난 세월은 물론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성심당이 제공한 식탁을 재현하는 장도 마련하고 있다.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