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고통을 선순환시킨 ‘제2의 인생’ / 최영미

최영미(루치아·수원교구 월간지 「외침」 팀장)
입력일 2016-03-15 05:37:00 수정일 2016-03-15 05:37:00 발행일 2016-03-20 제 298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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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들을 만나 그분들의 신앙과 삶을 듣다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질 때가 참 많습니다. 최근에는 멀리 남수단 쉐벳성당(수원교구 해외선교지)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자매(63)와 통화를 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그저 ‘신심이 깊어 노년을 선한 일에 쓰시는 분인가 보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얘기가 깊어지니 그분이 무려 13년간 병상의 남편을 간호했고 남편의 첫 기일을 보낸 직후 ‘남수단 행’을 결심했음을 알게 됐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어진 그분의 고백입니다. “남편에게 감사하죠. 남편 덕에 제가 하느님과 성모님께 더 가까워질 수 있었으니까요.”

그분에게선 남편에 대한 원망이나 고달픈 삶에 대한 회한, 불평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봉사를 통한 감사와 잔잔한 기쁨, 행복이 전해졌지요.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어려운 이웃을 향한 사랑으로 선순환시킨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것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그 안에 담긴 우리를 향한 한없는 사랑 덕분이 아닐까요. 물론 병상을 지킨 13년 안에는 짐작키도 힘든 무수한 눈물과 한숨이 담겨 있겠지요. 그런데 그 눈물과 고통을 이웃 사랑으로 꽃피게 한 힘은 우리에게 먼저 그 길을 보여주신 그리스도가 계시지 않다면 어떻게 가능할까요.

누구에게나 고통은 있지만 그 고통에 좌절하며 불평과 원망만 하느냐, 그 고통을 오히려 타인을 향한 사랑,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으로 선순환시키느냐는 각자의 선택과 결단, 용기인 것 같습니다. ‘울타리를 넘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하느님의 자비에 동참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라’는 교황님의 말씀을 묵상케 하는 자매에게 경외와 박수를 보냅니다. “척박한 해외선교지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계신 모든 분들 파이팅!”

최영미(루치아·수원교구 월간지 「외침」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