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해설 / ‘자비의 희년’ 선포 의미·배경

서상덕·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5-03-18 11:06:00 수정일 2015-03-18 11:06:00 발행일 2015-03-22 제 293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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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화 소명 완수할 “교회 쇄신의 ‘새 무대’ 열겠다”
즉위 2주년 맞는 교황의 개혁 의지 담겨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13일 특별희년으로 ‘자비의 희년’(Jubilee of Mercy)을 선포한 데에는 교회 쇄신에 있어 ‘새 무대’(a new stage)를 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특별희년 선포의 의미는 자비의 희년 준비책임자로 임명된 살바토레 피지켈라 대주교(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의 “교황이 사용하기를 좋아하는 ‘상징’과 맥이 통한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다.

피지켈라 대주교가 말하는 ‘상징’은 자비의 희년 시기(12월 8일~2016년 11월 20일), 선포 시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별희년이 시작되는 12월 8일(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은 자비의 희년이 선포된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다. 가톨릭교회가 세상을 향해 창문을 활짝 열고 쇄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가 폐막된 날이 바로 12월 8일이다.

교황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시작한 일을 교회가 계속해야 함을 상기시키기에 12월 8일은 매우 중요한 뜻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자비의 희년은 자비로 표현되는 복음을 모든 이에게 전파할 소명을 완수할 교회의 여정에 ‘새 무대’가 될 것”이라며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에 그 준비를 맡겼다. ‘새 무대’라는 표현에서 즉위 후 일관되게 교회 쇄신 작업을 추진해 온 교황이 자비의 희년 선포를 계기로 교회 쇄신에 대한 의지를 새롭게 다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이와 관련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50주년을 잊지 말라는 교황의 요청을 통해 우리는 자비의 희년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지 윤곽을 그리게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자비를 체험한 교회와 신자들은 쇄신의 자세, 새로워진 행동과 언어를 통해 복음화에 동참함으로써 교황의 초대에 응하기를 희망한다”며 ‘쇄신’에 방점을 뒀다.

이를 통해 교회 쇄신의 새 무대가 될 ‘자비의 희년’이 단순히 하느님 자비를 새롭게 배우고 묵상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비를 체험한 그리스도인들이 새롭게 남을 통해 복음화에 더욱 힘껏 동참하길 바라는 뜻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교황이 자비의 희년을 선포한 3월 13일도 의미가 크다. 교황 즉위 2주년이 되는 날이다. 교황은 사순시기 참회예식 중 자비의 희년을 선포한 직후 고해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고 직접 고해성사를 집전하면서 참회자와 고해 사제 모두가 자비의 증인이 돼야 할 의무를 상기시켰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교황이 재임 중 처음으로 선포한 특별희년이 ‘자비의 희년’이 된 이유에 대해 “자비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드러내 보이기 원하는 진실인 동시에 복음이 집약된 말로서 자비는 곧 그리스도의 얼굴”이라며 “모든 사람, 특히 병자와 죄인들에게 자비가 함께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교황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자비의 희년’을 통해 그리스도를 닮은 얼굴로 거듭나길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25년마다 희년을 선포하지만 교황이 이번에 선포한 특별희년은 정기적인 희년에 속하지 않는다. 자비의 희년은 가톨릭교회 역사에서 65번째로 선포된 특별희년이다. 최초의 특별희년은 1585년 식스토 5세 교황이 선포했다.

자비의 희년 이전 마지막 특별희년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서기 33년) 1950주년을 기념해 1983년 선포했다. 그 바로 이전에는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1900주년을 맞아 1933년 비오 11세 교황이 선포한 특별희년이 있다. 특별희년 개막일은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된다.

서상덕·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