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준비위 ‘특별 심포지엄’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4-06-03 03:18:00 수정일 2014-06-03 03:18:00 발행일 2014-06-08 제 289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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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사회통합, 교회가 나서야 할 때”
조광 교수 - “초대 신자, 불합리 개혁 노력” 
교우촌서 인간 평등 구현하며 
‘육화론적 영성’ 특성 드러내

심상태 몬시뇰
“교회, 새 복음화에 투신 필요”
민족 분열 저지 못한 책임 통감
범국민적 결의 이끌어내야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준비위원회는 5월 30일 ‘교황 방한 특별 심포지엄’을 열었다. 왼쪽부터 조재형 신부(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준비위 영성신심분과 위원장), 한정관 신부(서울 신당동본당 주임), 심상태 몬시뇰(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조광 교수(고려대 명예교수), 노길명 교수(고려대 명예교수).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준비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교황 방한을 보다 의미있게 준비하는 노력의 하나로 5월 30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특별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교황 방한 특별 심포지엄’은 ‘하느님의 종’ 124위 순교자들의 영성적 특성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연대방안 등을 제시한 장으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심포지엄에서는 조광 교수(고려대 명예교수)와 심상태 몬시뇰(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이 각각 주제발표에 나섰다. 이어 논평은 노길명 교수(고려대 명예교수)와 한정관 신부(서울 신당동본당 주임)가 각각 맡았다.

각 주제발표에 앞서 방준위 집행위원장 조규만 주교는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 신자들은 순교자들의 삶을 새로운 영성으로 살아내야 하는 숙제를 지니고 있다”며 “순교 영성으로 우리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며, 얼마나 고귀한 일을 할 수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시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가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아픔을 겪는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교황님께서는 한국을 찾는 것이 우리를 위로하시고,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신다”고 전했다.

첫 주제발표에서 조광 교수는 ‘한국 초기 교회와 순교 영성’을 주제로 “초기 교회 신자들은 천주교 교리를 해석하던 과정에서 인간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평등한 존재임을 깨닫고, 당시 사회의 불합리를 개혁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 교수는 “당시 신자들은 교우촌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험하고 있었고, 이러한 사회적 행동들이 순교를 결행하는 데에 간접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며 “이렇게 현실의 개혁을 중시했던 당시의 영성은 ‘육화론적 영성’의 특성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번 발제에서 조선 후기 박해시대 영성을 보유론적(1770/1784~1791), 육화론적(1891~1835), 종말론적(1835~1881) 영성 3단계로 나누고 “124위의 주류는 제2기 ‘육화적 영성’을 실천한 이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논평에 나선 노길명 교수는 “당시의 ‘순교’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성, 신앙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요구와 함께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저항적 의미도 담겨 있었다고 할 수 있다”며 “현대 신학자인 발터 카스퍼 추기경의 말처럼, 그리스도교적인 동기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 자유를 위해, 그리고 정의를 위해 투신하고 목숨을 바치는 것 또한 순교”라고 강조했다.

한편 심상태 몬시뇰은 ‘한반도 평화통일과 한국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 “한국교회는 즉위 이래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한반도 평화의 염원을 표명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성장과 성숙을 지향하는 도약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 몬시뇰은 “그동안 한국교회는 민족 분열을 저지하는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수치스러운 분단 상황을 심화시키는데 부지불식간에 참여했다고까지 볼 수 있다”며 “한민족의 분단 상황이 지속되는 한, 교회는 늘 참회하라는 요청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심 몬시뇰은 또한 “교회가 ‘새로운 복음화’ 과업에 투신할 때 평화통일을 위한 실천에도 부응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현 한국사회의 화해적 통합을 이룰 수 있는 현실 개선안 내지 쇄신안이 교회 공식 입장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으며 ▲주요 종단들과의 연대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하며 ▲복음적 입장을 정립하고 국민 각계각층 대표들과 범국민적 결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정관 신부는 두 번째 발표 논평을 통해 “한국교회는 남북통일과 북한 복음화를 위한 목적의식을 확립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확대해 정보 자료를 공유하고, 북한 현황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평가 작업을 위한 전담 기구 설립과 전문 인력 양성을 선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