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행신2동본당(주임 여해동 신부) ‘샘물회’(회장 정광춘)는 2주에 한 번씩 ‘거룩한 압박’에 시달린다. 모임 때마다 그간 읽은 신심서적들을 회원들에게 소개하고, 나눔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압박은 압박이지만 거룩한 압박이기에 힘겹지 않다. 영적독서가 가져다주는 큰 감동을 회원들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본당이 영적독서모임인 샘물회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신자들의 영적성숙을 위한 주임 여해동 신부의 제안이었다. 샘물회 구성 소식에 책을 좋아하는 신자들이 모였고, 현재 22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굳셈, 슬기, 깨달음, 효경팀으로 구성된 샘물회는 각 팀 별로 매월 두 차례 모임을 갖는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회원들은 책과 관련한 생활 나눔은 물론 신앙 나눔까지 폭넓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자연스럽게 회원들 간의 친교도 깊어져, 영적독서뿐만 아니라 신앙적으로도 서로의 좋은 동반자가 됐다.
회원들은 모임 준비도 열심히 한다. 각자 독서노트를 마련해, 발표할 내용을 정리해 오고 다른 회원들 발표를 정리한다. 덕분에 회원들은 자신이 읽은 책뿐 아니라 같은 모임의 회원들이 읽은 책들도 섭렵하게 된다고 즐거워했다.
효경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영란(아녜스·59)씨는 “다소간 압박감은 있지만 샘물회 활동을 하면서 책을 읽고 체험과 감상을 나누는 것이 몸에 밴 습관이 됐다”며 “신앙은 누가 끌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서 신앙적으로 성숙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샘물회 활동은 책을 읽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성당 북카페 관리와 본당 신자를 위한 이달의 추천도서 선정도 이들의 몫이다. 가톨릭신문의 ‘신심서적33권읽기’ 선정도서와 함께, 샘물회 회원들이 발표한 책 중 추천 도서를 뽑는다. 회원들은 또 직접 쓴 독후감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신자들에게 영적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샘물회의 노력에 본당 신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북카페가 생긴지 1년 만에 약 2000권에 달하는 책을 신자들이 자율적으로 읽었다. 이전에도 북카페가 있었지만 신자들이 이용하지 않아 어느새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샘물회가 계속 활동하는 한 북카페도 지속적으로 유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신자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샘물회 정광춘(로마노) 회장은 “쉽고 재미있게 영적성숙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영적독서라고 생각한다”면서 “본당의 많은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회원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적독서를 통해 신앙이 굳건해지는 것을 경험한 샘물회는 자신들의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구상하고 있다. ‘저자와의 만남’과 ‘시낭송’ 등 문화적인 행사를 마련하고, 본당의 한 신심단체로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주임 여해동 신부는 “교회 안에서 영적도서를 읽는 활동은 꼭 필요하다”면서 “책을 읽고 배우고 느낀 것들을 나누면서 영적인 성숙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