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레 미제라블」 50년 만에 재완역한 정기수 교수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2-12-04 03:53:00 수정일 2012-12-04 03:53:00 발행일 2012-12-09 제 2823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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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쪽 고전에 담긴 신앙의 의미”
정기수 교수
“죽기 전에 반드시 읽어라. 읽기 전에 절대로 죽지 마라.”

빅토르 위고의 대작이자 가톨릭 문학 최고 고전인 「레 미제라블」을 두고 회자되는 말이다.

1862년 「레 미제라블」이 세상에 발표된 후 정확히 100년 만인 1962년 국내에 최초로 완역본을 냈던 원로 불문학자 정기수(85) 전 서울대 교수가 원전을 처음부터 다시 번역해 민음사에서 5권짜리 완역본을 냈다. 2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정 교수는 “50년 전의 최초 완역본은 베스트셀러로 각광받았지만 세월이 흘러서 보니 ‘흉물’이 돼 있었다”며 “50년 동안의 연구 성과와 한국어의 변화, 새로운 번역술을 총동원해 출간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번역 원칙으로 “최대한 가톨릭교회 용어를 살려 번역하면서 ‘정숙한 미인’, 즉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아름다운 표현이 되도록 적어적소(適語適所)의 용어를 골라 썼다”고 설명했다.

「레 미제라블」은 오랜 세월 ‘장발장’이란 제목으로 잘못 알려져 왔고 뮤지컬, 영화 등으로도 제작돼 왔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원전에 충실하지 못한 2~3시간 가량의 뮤지컬 등은 전체 작품의 피상적 제시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정 교수는 “「레 미제라블」 첫 도입부에는 110여 쪽에 걸쳐 미리엘 주교의 신앙과 삶, 사상이 서술돼 있어 신앙이 이 작품의 서론이자 결론을 이룬다고도 볼 수 있고, 주인공 장발장도 미리엘 주교에 의해 구원된 후 ‘신’의 뜻을 받들어 사는 ‘신의 대리인’인 셈”이라며 “이 책은 유물론과 무신론을 배격하고 신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1966년 샤를르 달레 신부의 「조선 교회사」 중 서론을 308쪽 분량의 우리말로 번역해 가톨릭교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프랑스 최고훈장 코망되르(Commandeur) 수훈자이기도 하다.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