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반드시 읽어라. 읽기 전에 절대로 죽지 마라.”
빅토르 위고의 대작이자 가톨릭 문학 최고 고전인 「레 미제라블」을 두고 회자되는 말이다.
1862년 「레 미제라블」이 세상에 발표된 후 정확히 100년 만인 1962년 국내에 최초로 완역본을 냈던 원로 불문학자 정기수(85) 전 서울대 교수가 원전을 처음부터 다시 번역해 민음사에서 5권짜리 완역본을 냈다. 2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정 교수는 “50년 전의 최초 완역본은 베스트셀러로 각광받았지만 세월이 흘러서 보니 ‘흉물’이 돼 있었다”며 “50년 동안의 연구 성과와 한국어의 변화, 새로운 번역술을 총동원해 출간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번역 원칙으로 “최대한 가톨릭교회 용어를 살려 번역하면서 ‘정숙한 미인’, 즉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아름다운 표현이 되도록 적어적소(適語適所)의 용어를 골라 썼다”고 설명했다.
「레 미제라블」은 오랜 세월 ‘장발장’이란 제목으로 잘못 알려져 왔고 뮤지컬, 영화 등으로도 제작돼 왔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원전에 충실하지 못한 2~3시간 가량의 뮤지컬 등은 전체 작품의 피상적 제시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정 교수는 “「레 미제라블」 첫 도입부에는 110여 쪽에 걸쳐 미리엘 주교의 신앙과 삶, 사상이 서술돼 있어 신앙이 이 작품의 서론이자 결론을 이룬다고도 볼 수 있고, 주인공 장발장도 미리엘 주교에 의해 구원된 후 ‘신’의 뜻을 받들어 사는 ‘신의 대리인’인 셈”이라며 “이 책은 유물론과 무신론을 배격하고 신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1966년 샤를르 달레 신부의 「조선 교회사」 중 서론을 308쪽 분량의 우리말로 번역해 가톨릭교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프랑스 최고훈장 코망되르(Commandeur) 수훈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