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지난해 9월 대구 관덕정 순교기념관에서 펼쳐진 이윤일 요한 성인 기념 백일장에서 중등부 산문부문 장원을 수상한 글이다.
내가 처음 아버지를 따라 이곳 관덕정을 방문한 때는 구름 한점없는 맑은 날씨였다. 풍덩 빠져 들고만 싶은 푸른 호수아래의 이 곳, 관덕정이 얼마나 성스러운 곳인지 미처 알지 못했던 나에겐 어쩌면 지루한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애롭고 너그러우신 하느님께서 엄숙할 수 있게 도와 주셨다. 이윤일 요한 성인의 유해 앞에서, 그 분의 넋을 기리며 엄숙히 기도 할때는「정말 나」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스치고 지나갔다. 또한 내 자신을 확실히 되돌아 볼 수 있게 하였다.
천주교를 박해 할 때, 내가 천주교 신자였다면, 과연 내가 이윤일 요한 성인처럼 순교를 할 수 있었을까? 아니, 적어도 하느님이 존재하신다는 것만이라도 굳건히 믿을 수 있었을까? 이러한 질문들에「아니오」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는 나는 깊은 회한을 느꼈다.
2층 전시실, 그것엔 정말로 순교자들의 거룩함이 배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들의 작지만 소중한 유해, 그리고 그들이 천주교 박해자들과 싸울때 가지고 있었던 여러가지 유물들, 마치 그들의 넋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듯 했다. 그들의 삶의 일부였던 그 거룩한 보배들이 살아 숨쉴 것만 같았다.
다시 성당에 내려간 나는 조용히 묵상했다. 하느님께서 천상천국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라는 사실을 굳건히 믿으면서 온갖 박해를 받으신 순교성인들이 눈앞에 선했다. 그들은 너무나 성스러워 감히 똑바로 바라 볼 수 없다. 그들은 너무나 깨끗한 모습을 하고 있기에 감히 손 대어 볼 수 없다. 그들은 너무나 장엄하기에 가까이 가기엔 내 자신이 너무 미약하다. 그 거룩한 순교성인들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 없는 내자신이, 내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다. 이기심 많고 양보할 줄 모르는 나는 어느 한 순간에만 주님이 계심을 인식하다가 곧 나쁜아이로 변해 버리고 만다. 다시금 주님앞에서 용서 받길 바라지만 그땐 비참해진 나를 인식하며, 주님께 안기고싶은 간절한 마음을 억눌러 버린다. 그리곤 먼 곳에서 주님의 사랑을 원하게 된다. 멀어질 것만 같은 주님이 가까이 계심을 확신하고 싶다.
순교성인들은 하느님을 위한 죽음으로써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갔으며 영원한 안식을 얻었을 것이다.
나도 진정으로 주님과 가까워 지고 싶다. 언제나 주님의 뜻대로, 주님이 원하시는 바대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