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미사주 「마주앙」개발 이순주씨

우재철 기자
입력일 2012-08-22 15:46:35 수정일 2012-08-22 15:46:35 발행일 1995-01-22 제 1938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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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부흥 사명안고 포도와 한평생
독일유학 재배 가공기술 익혀
「좋은 포도에 정성가득」이 비법
교회에서 봉헌하는 매 미사때마다 반드시 없어서는 안될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그 중에서도 성혈로 사용되는 미사주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신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져보는 궁금점이지만 정작 그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잘모르고 있다.

바로 미사주로 대변되는 마주앙과 함께 한평생을 바쳐온 이순주(테오도로ㆍ62ㆍ서울 역삼동본당)씨.

비록 재작년에 정년퇴직을 해 마주앙과는 관계가 멀어 졌지만 이순주씨는 그야말로 국산 미사주로 사용되고 있는 마주앙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보급한 주인공이다.

『미사주에 대해 관심을 갖게된 것은 대대로 내려온 집안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받은것 같아요. 우리가 사용하는 미사주를 어떻게든 우리 것으로 만들고 싶었고 직접 내손으로 만들어 보고싶은 욕심이 있었지요』

국산 마주앙이 나오기 전에는 물론 전량을 파리외방전교회를 통해 수입해 사용했지만 이순주씨가 마주앙을 만들어 내면서부터는 한국교회의 미사주로 국산 마주앙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물론 국산 미사주로 마주앙이 사용되기 까지 이순주씨의 숨은 노력은 가히 대단했다.

『처음에는 포도도 별로 없었고 포도를 원료로 만드는 포도주가 생산되지 않았어요. 포도나무를 보급하고 포도주를 생산하기위해 모든 인생을 건 셈이지요』

무엇보다 이순주씨가 포도주에 관심을 갖게 된것은 6ㆍ25전쟁후 폐허가 된 농촌을 부흥시켜 보겠다는 일념에서였다고 한다.

농대출신인 그는 전쟁후 농촌으로 직접 뛰어 들었고 61년도부터 부천 소사지역에 실제로 야산을 사서 포도나 무를 심었다고 한다. 단순히 그때는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이순주씨가 포도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당시 독일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 박대통령에게 그 유명한 독일산 백포도주를 선물하는 것을 보고 독일로 가서 그 포도주 가공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했던 것.

마침내 66년에 독일로가서 70년까지 독일 가이젠 하임대학에서 유학하며 포도 재배업과 가공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그는 귀국하자마자 73년부터 동양맥주에서 국산 포도주 마주앙을 생산해 내기에 이르렀다.

국산 포도주 생산의 획을 긋는 계기가 된 동양맥주 경산공장 준공을 마친 그는 곧바로 교회와 미사주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그때부터 국산 포도를 사용한 미사주를 공급하게 됐다.

『미사주는 특별히 다른 공정을 취하지 않지만 좋은 포도만을 선별해 일반 포도주보다 몇배의 정성을 들여 만들고 있습니다. 로마 교황청에서 만드는 기준에 따라 일체의 이물질이나 화합물을 섞지않고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 미사주를 만들때는 2천상자 정도의 미사주가 보급됐는데 현재는 약 1만5천상자가량 보급되고 있는 것으로 봐 교세도 그만큼 커졌음이 확인되고 있다는 이순주씨.

또한 이순주씨는 동양맥주가 미사주인 마주앙을 생산하면서 부터 세계적인 와인으로 마주앙이 명성을 얻고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순주씨는 포도생산 농가가 갈수록 줄어들어 앞으로 국산 포도주 생산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것을 아끼는 정신이 위정자나 사업가, 소비자 모두에게 요구되고 있다고 덧붙인다.

아쉽게도 지난해 말로 동양맥주 두산농산 전무로 퇴직한 이순주씨는 현재 우리농촌 살리기운동 전국본부 사업단장으로 근무하며 우리농촌 살리기운동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우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