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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광장] 독자제언 - 상(喪)ㆍ제례(祭禮)의 가톨릭적 토착화 문제 1

조태로ㆍ안양시 석수 1동
입력일 2012-04-09 15:51:56 수정일 2012-04-09 15:51:56 발행일 1996-12-01 제 2030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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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우미사, “3일만에 부활” 성서ㆍ신학적 의미

오래전부터 수용…가톨릭적 제례

49제(濟), 불교 윤회설에서 유래… 잘못 수용

가톨릭 기도서 삽입부분 삭제해야

가톨릭신문(1996년11월3일자)은「유ㆍ불(儒ㆍ佛)식 장례 혼란 초래」라는 제하에 가톨릭 고유의 장례 문화 정착이 절실하며, 삼우ㆍ49제 미사ㆍ탈상은 유ㆍ불교에서 유래했으니 신학적 규명 작업이 필요하다며 제사문제까지도 언급하였다.

우리 민족은 오랜 유ㆍ불 문화속에서 살아 왔기에 상ㆍ제례뿐 아니라 언어, 복식, 혼례, 예법 등 많은 부분이 민족 문화로 동화(同化) 정착됨으로써 가톨릭 신자들도 그 문화속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어떤분들은 반 그리스도교적이 아니더라도 유ㆍ불 문화의 요소가 함축되어 있는 듯 하면 민족 고유의 문화적 풍습까지도 시비를 제기한다.

특히 장례와 제례는 구원관과 연관되므로 그 예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민감하게 표출된다.

이에 필자도 동감하면서 그간 교회학자들이 연구 발표한 논문과 교회에서 수용한 부분 등을 곁들여 상ㆍ제례의 가톨릭적 토착화와 죽은 이를 위한 기도문의 문제점 등을 사안별로 고찰하면서 제언코자한다.

■ 삼우미사

먼저 삼우(三虞)부터 설명하자.

삼우란 장례를 치르고 첫번째로 지내는 제사를 초우(初虞)라 하고, 두번째로 지내는 제사를 재우(再虞)라 하며, 세번째로 지내는 제사를 삼우(三虞)라 하는데 삼우는 묘지에 가서 지내는 제사로써 유교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초우나 재우는 독실한 유교 집안이 아니면 지내는 집안이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장례 후 3일만에 묘지에 가서 지내는 제사를 삼우라고 함은 엄격한 의미에서 초우, 재우가 생략됐으니 삼우라고 불릴 수가 없다 하겠다. 그리므로 현재의 삼우는 장례 후 3일만에 묘소에 간다는 변형된 의미로서의 삼우 일뿐이다.

그러면 가톨릭에서 지내는 삼우미사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물론 삼우란 어휘자체가 위에서 설명한 유교 풍습에서 나온 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실제는 그와 다르다 하겠다. 왜냐하면 가톨릭 신자가 죽으면 즉시 사망미사를 드리고, 장례날 장례미사를 드린다. (성직자나 그 부모들이 죽으면 사망부터 장례미사 전까지 많은 미사를 드리지만 이도 사망미사와 장례미사와는 구분된다).

그리고 장례 후 3일만에 삼우미사를 드림으로 세번째로 드리는 미사(제사)가 분명하니 유교문화의 전래와는 장례 후 3일만에 묘소에 가는 것과 삼우라는 용어만이 같을 뿐 미사(제사)를 드리는 시기가 다르다(유교는 장례 후 부터 계산하지만 가톨릭은 사망 후 부터 계산된다).

또한 묘소를 찾는 것은 비신자들은 묘소를 돌보고 비록 땅에 묻혔지만 장례 후 정적(精的=靈的)으로 상봉이라는 의미일 뿐이지만, 가톨릭신자는 그 외에 예수님이 묻히신지 3일만에 막달라 여자 마리아 등 여자들이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간 성서적 의미와 예수님이 묻히신지 3일만에 부활하셨음을 기억하여 부활을 간구하는 신학적 의미로 가톨릭적 제례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교회가 수용해 (성교예규182쪽 참조)왔으며 지금은 자연스럽게 정착되었으니 시비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 49제 (미사 또는 기도)

49제(霽)에 미사를 드리거나 기도를 한다는 것은 결론부터 말하면 잘못된 것이다.

49제는 불교의 윤회설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사람이 죽은지 49일이 되는 날이 중음(中陰)이 차는 날로서 그동안 일곱번의 생사를 거쳐 각 과보(果報)를 감지(感知)하여 삼계육도(三界六道)에 가서 태어나는 날이라 하여 49제를 지내는 것이다. 즉 삼계육도에 가서 누리는 후생안락(厚生安樂)을 위하여 독경공양(讀經供養)으로 명복을 비는 것이다.

그러므로 49제에 죽은 이를 위해 미사를 드리거나 기도를 함은 윤회설을 수용하는 결과가 되니 잘못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가톨릭 기도서가1972년 10월30일에 초판이 나오고 1984년 3월30일에 중판이 나올 때까지 연도 후 축문(65쪽)에 3일, 7일, 30일만 제시되어 있던 것이 1991년 7월1일판부터는 3일, 7일, 30일, 49일, 100일이 제시되어 49일이 삽입되었는데 이를 교회에서 공식으로 수용했다면 평신도로서 거론할 여지가 없겠지만, 편찬과정에서 누가 의도적으로 삽입했다면 하루속히 수정돼야 할 것이다.

【※삼계: 천계(天界), 지계(地界), 인계(人界)로써 중생이 생사윤회하는 세가지 세계를 말한다.

※육도: 중생이 업인(業因)에 따라 필연적으로 이르는 여섯가지 미계(迷界). 곧 지옥 아귀(餓鬼), 축생(畜生), 수라(修羅), 인간, 천상(天上)을 말한다】

조태로ㆍ안양시 석수 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