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팔순에 전시회 가진 섬유 미술가 서수연씨

입력일 2012-03-20 10:56:41 수정일 2012-03-20 10:56:41 발행일 1996-07-14 제 2011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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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재료 이용 작품 꾸며
62세때 독일서 섬유미술 전공
패션 디자이너로도 유명
국내 최초「미니 패션쇼」가지기도
젊은 팔순(?).

한국 디자인계의 초기 개척자이자(주)마담포라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수연(엘리사벳ㆍ80)씨가 자신의 팔순잔치를 기념하기 위해 7월4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갤러리 마담포라에서 섬유전을 개최했다.

1917년 대구에서 태어난 서씨는 서울 숙명여학교와 동경 문화복장학원을 졸업한 후 한국전쟁 전까지 함흥의 실과여학교, 창덕여고, 숙명여고에서 교사로 재직했었다. 한국전쟁 발발후 그녀는 명동에「아리사」양장점을 내면서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패션업계에 진출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에서 최초로「미니 패션쇼」를 그리고「입체재단」을 시도한 것으로도 유명한 서수연씨는 『패션 디자이너로서 여생을 벗 삼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늘 고민했었다』고 말하면서 『고민 끝에 내 직업과 가장 잘 어울리는「섬유미술」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서수연씨는 진갑인 지난 1979년 62세의 나이로 독일 아우구스부르크 대학 예술교육과에 입학, 섬유미술을 전공했다. 외아들인 물리학자 전중환씨(포항공대 교수)가 독일 유학시절 손자들을 돌보기 위해 71년 서독으로 날아갔던 서씨는 3명의 손자를 독일에서 키웠다고 한다.

서씨는『독일에서 3명의 손자들을 키우는데 꼭 8년이 걸렸다』며『귀국을 하자니 너무 한 것이 없는 것 같아 고민 끝에 섬유미술을 전공키로 하고 늦은 나이지만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른 것 같다』고 회상했다.

진갑의 나이로 랭귀지 코스를 통과하기 위해 그가 드렸던 공은 눈물겹도록 치열한 노력뿐이었다. 공부를 마치고 83년 5월 주한 독일문화원에서 귀국 초대전을 시작으로 그녀는 디자이너에서 섬유미술을 하는 예술가로서 거듭 태어날 수 있었다.

그는 귀국 후「섬유미술 연구소」를 경영하는가 하면 독일 민델하임 섬유박물관에서 수차례 전시회를 펼쳤고, 현재(주)마담포라의 상임고문 및 섬유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의상과 액세서리로 멋을 낸 서수연씨는 『주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바탕으로 작품을 꾸미고 있다』며『한국의 섬유미술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 여생을 바치고 싶다』고 토로했다.

한편 서수연씨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주로 조개껍질 등의 소재를 이용한 남국의 경치를 물씬 풍기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는 후학인 김영인씨를 비롯 14명의 섬유작가들의 찬조 작품이 선보여, 말 그대로 섬유미술의 현주소를 알게 해 주는 장이 됐다. 또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예리한 감각을 선보인 서씨의 작품은 후배들의 간담을 서늘하게(?)할 정도로 세련되고 현대적이었다는게 이번 전시회를 지켜본 많은 이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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