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란 누구인가」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사회 변천에 부응해서 교회 안팎에서 사제 생활에 대하여 다양한 질문들이 제기되었고, 때로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성품성사를 받은 사제직이 과연 영원한 것인가? 사제직이 거룩한 직무라면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무라면 그에 수반되는 평생교육은 어디에 뿌리를 두어야 하는가?
사제의 영성은 사제를 사제이게 하는 무형의 규범이며 원칙이지, 성품성사만 받으면 저절로 획득되는 것은 아니다.
방효익 신부가 펴낸「사제로 산다는 것」(성바오로)의 전체적 흐름은 교회가 요구하는 사제 영성의 개괄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사제 영성에 대한 백과사전식 글이 아니며 사제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를 소개하고 있지는 않다. 다시 말하면 사제가 자신의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과, 그 방법으로는 성서와 교도권의 공식 문헌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되새겨 보고자 하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현대의 사제 양성」을 중심으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발표된 문헌들 가운데 중요한 것들만을 간략하게 다루는 가운데 사제의 신원과 영성을 확인해 보고, 그리스도의 사제적 사명, 혹은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에게 넘겨 준 사제적 사명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상에 살면서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살아야 하는(요한 17,14-19참조) 사제가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하여 필요한 영성적 요청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진지한 사색과 함께 들려 주고 있다.
또한 저자는 사도로부터 이어져 오는 공동체인 가톨릭교회의 사제는 성모 마리아께서 다락방에서 주님의 제자들과 함께 지니고 있었던 간절한 마음(기도)을 늘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사제는 기도하는 기계가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이며, 기도할 줄 아는 사람이고, 기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