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영어 교육에 반평생을 헌신한 박정자 수녀(논산 쌘뽈여고)

입력일 2012-02-13 20:23:58 수정일 2012-02-13 20:23:58 발행일 1997-06-29 제 2059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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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부터 제대로 알아야”
『다른 문화를 알아 들을 수 있는 척도는 모국어를 아는 척도와 정비례합니다. 특히 영어를 제대로 알아 듣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말 즉 국어를 제대로 아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지난 1962년부터 영어 교사로 현재까지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현장에서 영어 교육을 위해 힘써 온 대전교구 논산 쌘뿔여고 박정자(레미지오) 수녀의 지론이다.

2천년대 은퇴를 앞두고 있는 노교사인 박정자 수녀는 그렇기 때문에 영어 시간에도 국어의 중요성을 늘 강조한다고 한다.

박 수녀는『다행히 우리 학교의 학생들이 국어 실력이 높아 영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국어를 제대로 배우는 것이 영어뿐 아니라 세계화로 나가는 첩경』이라고 영어 교사로서는 이색적인 제안을 했다.

박 수녀의 영어 교수법은 좀 특이하다. 우선 학생들에게 영어를 많이 들려주는 게 그가 하는 수업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50분 수업에 실제로 박 수녀가 강의하는 시간은 10분을 넘지 않는다. 나머지는 학생들 스스로 듣고, 읽고 질문하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입시 위주의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서 그것도 고등학교에서 이런 교수법은 학교 당국은 물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치기도 한다. 그러나 박 수녀는 시종일관 학생들이 영어를 암기하기보다는 국어처럼 친숙해지도록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박정자 수녀는『62년 처음 교단에 서면서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문법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학생들이 영어를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수필, 소설, 비디오 등을 통해 수업을 꾸려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50년대 말 수도여자사범대학을 졸업하고(2년)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에 입회한 박 수녀는 첫 서원을 하면서 동시에 쌘뿔여고에서 교편을 잡게 됐다. 8년간의 쌘뿔여고 교사 생활을 한 박 수녀는 그 후 수도여자사범대학교에 다시 복학 3~4학년 과정을 마치고, 계성여고, 마닐라 아테네오대학 유학을 거쳐 한때 경기도 장호원의 매괴여상 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박 수녀는『아이들과 늘 함께 있고 싶었다』며『수도자가 천직이지만 교사 생활은 하느님이 주신 또 하나의 천직(?)』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는 2천년에 은퇴한 후 중국에 선교사로 떠나고 싶다는 박 수녀. 학구열과 후학 양성에 불 타는 박 수녀의 원숙한 모습은 후배 교사들에게 큰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