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 중독자가 시집을 냈다. 기구한 자신의 삶의 한 자락으로 자리 잡았던 순간,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찾아갔던 꽃동네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모아 조금은 거칠지만 진솔한 표현으로 내놓은 시집「꽃동네 사람들」.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짧지만 해방감(?)을 맛 볼 수 있었다는 박형빈(요안 마리아ㆍ비아네ㆍ 46)씨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한 번도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한 내가 이런 책을 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시집 발간을 계기로 정말 죄로부터 뛰쳐나올 수 있게 되기를 주문을 외우듯 다짐했다』고 말했다.
「치골이 장대한/애덕의 치매 할머니는/버스를 잘못 타서 이곳 꽃동네까지 왔다면서/담배를 즐기셨는지 남자만 보면 담배 달라고 합니다/안타깝게도 다시 버스만 고쳐 타면/함께 살던 딸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부산 다대포인지, 가는 버스 노선만 물으십니다」(꽃동네 사람 34) 지난 89년 3월 대전에 다녀오던 박씨는 스스로 꽃동네를 찾아갔다. 심한 알콜 중독으로 생명까지 위협을 느꼈던 그가 고통의 순간에서 기억해 낸 것이 바로 꽃동네다. 그는 그해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 동안 꽃동네에서 자신보다 더 불쌍하고 처지가 딱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부터 자신과 똑같은 알콜 중독자 등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의 사연을 듣고 이를 글로 옮기게 됐다.
박씨는 『꽃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깊고 슬픈 사연을 갖고 산다』며 『아직도 알콜 중독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나지만 그들의 사연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시를 쓰게 됐다』고 덤덤하게 출판 이유를 밝혔다.
89년에 써 놓은 원고를 8년 만에 책으로 펴내게 된 그는 이 시집에서 74편의 인생살이를 소개하고 있다. 「뻗정다리 남씨」「앉은뱅이 최씨」등 갖가지 사연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꽃동네 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싶었다는 박형빈씨는 『사람 구실 제대로 못하는 나를 믿고 내 곁에 있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게 소망』이라고 한다.
「시나리오 작가가 꿈」이라는 박형빈씨. 그가 살아온 인생 만큼 그늘진 꽃동네 사람들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배여있는 이 시집은 그렇기 때문에 문학적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삶 자체를 끌어 안는 마음으로 접해야 한다.
박형빈씨는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아내에게 감사한다』며 『아무 것도 못 해낼 것 같은 나로 하여금 이런 책을 펴내게 한 하느님의 사랑에 의지하며 여생을 살고 싶다』고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