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알의 밀씨는 썩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읍니다. 한국천주교회는 밀씨처럼 죽고 썩어간 수많은 순교자들에 의해 이땅에 뿌리를 내렸읍니다.「썩을수 있는 정신」,그것이 바로 2백주년의 기본정신이 되어야하는 것입니다』김수환 추기경은 한국 천주교 2백주년을 앞두고 기자들의 특별요청으로 마련된 기자회견을 통해『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은「이땅에 빛을」이라는 구호에서 나타나 있듯 빛으로서의 교회모습을 구현하기위해 교회전체가 노력하는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8일 오전 10시30분 명동 주교관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추기경은『2백주년을 기해 한국 천주교회가 지향하고자하는 핵은 바로 봉사하는 봉사자의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봉사하는 교회모습이야말로 이 사회가 바라는 교회의 본질적 기능일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발산설에 대한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또 시성에 필요한 기적심사 면제 등 낭보가 이어짐에 따라 일제히 열을 올린 일반 매스콤의 보도로 일부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듯이 사실』이라고 지적한 김 추기경은『교황 성하의 방한문제는 현재로서는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판단될뿐 방한이 결정적으로 확정된것은 결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추기경은『그러나 세계의 모든 나라가 교황성하를 초청하고있는 실정인 현재 2백주년을 맞는 한국교회에대한 교황성하의 관심이 각별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방한시기와 일정은 확실히 결정되지는 않고있으나 천재지반이 없는한 교황성하는 반드시 한국을 방문하시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최근 고국 폴란드를 방문하신 바 있는 교황성하를 통해 조국의 아픔을 함께 하시려는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읍니다.이시대의 최고 목자이신 그분은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이땅의 현실앞에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실것은 너무나도 확실합니다.교황성하는 현재 세계가동ㆍ서ㆍ남ㆍ북 할것없이 이념과 빈부의 격차로 인한 갈등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는 점을 특별히 염려하고계십니다.
김추기경은『따라서 그분은 세계어디를 가시든지 화해를 호소하고 평화를 강조하신다』고 설명하면서 『특히 위험을 안고있는 한국과 극동지역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교황성하의 방한목적을 묻는 기자에게「사목적 방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한 김 추기경은『교황성하는 한국교회를 방문하시면서 이 나라를 방문하시는것이지 국가원수가 국가를 방문하는것과는 성격과 내용을 달리하는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이땅의 정치ㆍ경제ㆍ사회 제분야의 좌표를 설정해주실 교황성하의 메시지를 어떻게 소화시키고 배양시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가 하는것입니다.교회는물론 이땅 전제에 빛을 주는 사명이야말로 2백주년을 맞는 우리교회의 사회적 기능이어야 하기때문입니다』
김 추기경은 1백3위복자들의 시성기운이 거세게 일고있는 이 싯점에서 아직 복자품위에 오르지못한 초대교회순교자들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우리 교회초석들에 대한 복자품신노력이 현재 상당히 아쉬운 상태』라고 시인하고 이들의 시복을 위해선 초가 순교자들에대해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는 교회사가들의 이견을 일치시키는 노력이 무엇보다 급한일이라고 말했다.『2백주년을 계기로 삼는다면 시복을 위한 준비작업은 이미 너무 늦은 상태입니다.그리고 그분들의 순교자료 등 사료발굴과 정리 또한 쉬운일이 아닙니다.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충분한 연구화 검토를 거쳐 우리의 모든 순교자들이 시복시성의 영광을 입도록 단계적이고도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최근 타종교도 그렇겠지만 우리교회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구도자가 줄을 잇고 있읍니다.그렇다고 성직자를 무조건 배출할수도 없구요.밀려드는 신자수에 맞추어 성당을 늘이다보니 어쩔수없이 대형화현상을 보이고 있는것 같읍니다.』
가톨릭을 포함한 일부 종교단체들의 건물이 나날이 대형화되어 가는 현상을 지적받은 김 추기경은 대형화현상에 대한 우려에 동감의 뜻을 표명하면서『양적비대에 따른 신앙의 질적 심화에 심혈을 기울이는것이 현싯점에서 크게 요청되는 해결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2백주년의 핵심과제도 평가되고 있는 사목회의의 목표는 진정한 의미의 성직ㆍ수도자ㆍ신자상구현이라고 말 할 수 있다』고 역설한 김 추기경은 그런의미에서『사목회의는 84년을 기해 끝나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속 이어져야하는 우리의 과제』라고 설명했다.김 추기경은 또『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하느님의 백성 모두가 함께 이야기할 수있다는 점에서 공의회가 아닌 사목회의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2백주년을 맞고 3백년대를 바라보는 한국교회는 언론의 비판,사회의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바로 이같은 관점에서 준비되고 있는 사목회의에서도 교회밖으로부터 보다 광범위한 소리를 듣기위한 자세를 갖추고 있읍니다』『교회가 맡겨진 사명을 다하지 못할때 질타를 받는것이 당연한 것처럼 언론도 자기의 사명을 망각할때 무서운 비판의 소리를 들어야 할것입니다』『물론 오늘 발행한 우리의 신문이 그날로 평양으로 간다는 우리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언론문제는 상당히 어려운 현실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한 김추기경은『그러나 왜곡보도로 인한 사회적인 혼란은 더욱 큰 혼란을 야기시킬것』이라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신문없는 정부보다 차라리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말한 토마스 제퍼슨의 명언을 인용,신문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추기경은『결코 이땅에서 더이상의 혼란이 있어서는 안된다』고역설하면서도『그러나 언론은 본래의 사명대로 진실한 보도를 할수 있어야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추기경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직ㆍ수도자ㆍ신자 등 종교인들에게 완벽한 신앙과 인간을 기대하고 있는 것같다고 말하고 예수님께서 이세상에 오신 것은 죄의 세상을 구원하기위한 것이었으며 그분은 바로 죄의 언덕을 넘어 이세상에 오셨다고 지적,죄인인 나를 구원하러오신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인간은 끊임없이 죄의 굴레를 벗어나기위해 애쓰고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같이 죽어서 그분과 하나가 되었으니 그리스도와 같이 다시 살아나서 또한 그분과 하나가 될것입니다.예전의 우리는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혀서 죄에물든 육체는 죽어버리고 이제는 죄의 종살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읍니다.이미 죽은 사람은 죄에서 해방된 것입니다.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또한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라고 믿습니다』
『로마서 6장의 말씀에서 우리는 죄인이므로 하느님을 만날수 있으며 하느님과의 만남은 우리가 죄인이라고 의식할때 가능하다는 말씀을 분명히 알수있읍니다』
이날 기자들로부터 현재 4개 분과위원회별로 나눠져있는 2백주에 대한 홍보가 산만하고 일관성없이 고충을 겪고 있다는 건의를 받은 김 추기경은『기자여러분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있으며 보다 좋은 방향으로 시정해나가겠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