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마태 6, 3)
‘자선’, ‘나눔’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흔히 연관 짓는 성경말씀이 바로 이것이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자선’이 아닌 참에서 우러나온 ‘자선’이 진정한 ‘나눔’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4월 28일, 곧 아프리카 수단 남부 톤즈로 떠날 유병국(마티아)?김혜경(레지나) 의사 부부의 환송미사에 취재를 다녀온 후, 한동안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이 가실 줄 몰랐다. 진정한 ‘나눔’과 ‘봉사’의 의미를 새삼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나 겨우 인터뷰를 하기까지 이들은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해왔다. 알려지는 것이 ‘끔찍하다’는 표현을 썼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라는 것.
인터뷰 내내 목구멍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불편했다. ‘나는 나눔을 행할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각해봤다. 이들 부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도대체 내 것을 남들에게 나눠줬던 적이 있었는지’조차도 까마득했다.
그러다 한 번쯤 내 것을 나눠야 할 때면 온갖 생색을 다 냈다. 남들이 나를 알아주기만을 바랐다. 그것은 위선이었다. 마치 양심 없는 정치인, 연예인 등이 봉사활동 현장에서 사진만 찍고 사라지는 행태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부끄러웠다.
얼마 전 취재처 화장실에서 본 글귀가 생생했다.
‘짜증부리지 않고 보답을 바라지도 않으며 다른 사람을 위해 선행을 베풀면 그러한 선행은 최고의 기쁨이 되어 당신의 영혼을 풍요롭게 한다.’(톨스토이)
대개 우리는 ‘자선’, ‘나눔’, ‘선행’ 후에 우리에게 주어질 보상, 칭찬을 기다린다. 이때문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은 물론 다른 사람의 손까지 알아주길 바란다.
지금 유 씨 부부의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나눔’을 거울삼아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만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