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도ㆍ농간 사목활동을 위한 의식계발」을 주제로 지난 7월 17일 서울 명도원에서 열린 수원교수 학사회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한 金容培 교수의 강연내용이다.……<편집자註>
농촌 본당에는 도시 본당 신자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 근래에 들어 교회활동의 중심이 될 청 장년층이 도시와 공장으로 빠져나가 농촌 교회는 훈련된 인재의 고갈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 농촌의 인구감소 현상을 살펴보면 74년도에는 총인구의 38.8%가 농촌 인구였던 것이 77년에는 33.8%로 4년만에 농촌인구는 무려 5%나 경감됐다.
또한 이러한 추세는 우리나라 고도의 산업사회로 되는 과정에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농촌본당의 어려움은 비단 인재난과 교회의 여성화 노년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시련을 겪고 있다 대건 신학 대학의 배문한 신부가 조사한 자료에서도 濃ㆍ都 본당간의 정적격차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한 예로 지난해 서울A본당의 1년 예산은 3천2백90여만 원 이었는데 전라남도 한 농촌 본당의 예산은 3백10여만 원에 불과했다.
농촌본당의 재정적 비궁은 곧 농촌신자들의 우리나라 농가소득은 호당평균 1백43만여 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도시근로자의 소득수준에 비해 약10만 원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농촌 신자들의 대부분은 농사를 통해 소득을 얻고 있다. 물론 약간의 農外所得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전체소득의 20%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농가에서는 작년과 금년에 걸쳐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늘 한 접에 최고 8~9천 원씩 했고 고추 한근에 6~7천 원을 홋가 했다. 또한 여름배추한포기가 2천 원씩 한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작년의 유례없는 농산물가격파동은 혹심한 한발로 인해 평년의 3~4할 정도의 수확을 거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자 가격은 비교적 좋았다고는 하나 그 값은 전체농가에 돌아가지 못하고 농산물 유통과정에서 중간상인의 폭리로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같은 피해를 준 것이다. 정반대로 올해에는 봄부터 기후조건이 순조로와 농작물 작황이 매우 좋아졌다.
그리고 지난해 폭등했던 농작물을 너무 많이 심어 양파ㆍ마늘ㆍ고추 등의 값이 생산비에도 못 미칠 정도로 폭락하는 사태를 빚었다.
김장채소나 당근ㆍ무우 같은 원예 작물의 경우에도 도시의 중간상인들은 자금이 아쉬운 농민을 대상으로 농작물을 밭에서 미처 수확하기 전에 시세보다 훨씬 싼 헐값으로 구입、부당한 이익을 보는 이른바「밭데기」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
또한 올해에는 원유가 인상 등으로 농가에서는 영농비 조달의 어려움도 겪고 있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농촌은 외면당하고 있다. 혹자는 농촌에서의 텔레비전 보급ㆍ전기ㆍ전화가설ㆍ주택개량 등을 예로 들어 농촌이 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위안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텔레비젼에 비치는 연속극ㆍ쇼 프로그램의 내용은 농촌의 근면성과 협동심을 파괴하는 내용이 오히려 많다.
이간은 텔레비젼의 효과는 농촌의 청소년들을 도시로 몰고 가는 엑소더스의 도화선이 되고있다.
그리고 농촌에서는 의료혜택ㆍ교육혜택을 만족스럽게 누릴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30리 떨어진 아들시설을 이용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한 텔레비젼의 영상은 농민들에게 패배감과 이질감만을 조장하게 되며 예로부터 근면하고 상부상조하는 농촌의 아름다운 전통과 애향심을 파괴하는 가치의식의 혼란만을 가져오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현실을 똑바로 보고 농촌을 부축하고 절망의 문턱에 있는 농촌본당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일에 협력할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의논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교황 요한 23세는 회칙「어머니와 교사」에서『어떻게 해야 농업과 공업간의 생산능률의 불균형을 좁히고 농촌생활 수준을 도시인과 같이 향상시킬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밭을 가는 사람들이 열등감을 갖지 않고 살 수 있게 하며 농사를 통해 자신과 희망을 품고 미래를 꿈꾸며 살 수 있는가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라』고 말씀하셨다.
본인은 가톨릭교회가 농촌 사목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제2차 바티깐 공의회가 권고 했듯이 농산물의 생산과 판매에 있어 특별한 곤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협조하고 그들이 하등 국민의 지위에 머물지 않도록 법교회적인 노력을 기울이자고 제언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첫째 농촌과 도시 각 지역 본당을 중심으로 농산물의 교역을 매개로하여 그리스도의 형재애들을 발휘하고 농촌신자와 도시 신자가 한 공동체를 이루자는 것이다.
농촌에서는 본당이 중심이 되어 농산물 생산 활동을 농촌사목의 일부로 교회 안에서 받아들임으로써 본당 신부와 사목협의회 또는 평신도 협의회가 주축을 이룬 가운데 신자 농민을 중심으로 협동적 생산조직을 만들고 농업기술을 체계적으로 받아들여 농산물을 공동으로 재배하고 공동노력을 통해 보다 유리한 농산물가격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촌본당에서 여러가지 조건을 갖춘 공소를 설정、4~5명의 신자가 한 그룹으로 특정 농산물을 공동 재배하여 해당공소의 가톨릭농민회 그 지역의 대학 또는 연구기관 농촌지도기관 농협단위 조합 등에 종사하는 평신도 기술자의 협력을 얻어 새로운 기술도입 자금융자 재배기술 실습 등의 기회를 마련하여 값싸고 좋은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토록 한다.
공동재배방법을 인근공소에 확대시켜나가 때에 따라 비신자까지 참여시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이같은 방법으로 생산협동체제가 이뤄지면 2차적으로 농산물의소비자인 도시본당과 농산물 출하에 관한 협정을 맺고 소비지본당에서 요구하는 농산물 품목과 물량을 공동출하 하도록 한다. 소비자에게 농산물을 직매함으로써 중간상인이 취하는 마진을 생산자와 소비자공동의 이익으로 분배하자는 것이다. 우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배추ㆍ무우 등 채소 계란ㆍ과일 등을 생산지에서 도시본당에 직송하여 시장가격보다 싼값으로 신선하고 규격화된 농산물을 제공하는 이 방법은 요즈음과 같은 긴 축가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농산물 운송차량을 이용、도시본당으로부터 농촌에서 필요한 영농기계 공산품등을 염가로 공급할 수 있는 잇점도 있다.
각종분야에 종사하는 도시본당신자들의 협력을 얻어 농촌에 필요한 상품을 공장도 가격이나 도매가격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이처럼 농촌본당과 도시본당이 서로 돕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이 싹트고 그 사랑의 실천을 통해 농촌과 도시는 하나로 이루어질 것이다. 믿고 싸게 사먹는 신선한 농산물의 공급자를 아끼고 돕는것은 단순한 교역관계를 초월하여 인간적으로 밀착될 수 있다. 더구나 그리스도의 한 형제일 때 하느님은 우리의 협력을 어여삐 여기시고 반드시 도와주시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