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순 신부님의 유고집「영원에의 길」을 진즐 받고서도 세사(世事)에 몰려 펼치지 못하고 있다가 여름방학에 들어간 요즘에야 읽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제5장까지의 시, 소설, 수필수기, 문학론 등은 낯익은 것들이고 제6장에서 9장까지의 호교른 논설·강론, 서간 등이 새로 점하는 글들인데 이미 최신부님의 그 지식의 은축(은畜)이나 수덕(修德)의 높은 경지를 접해서 알고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도 그 言表의 투철함과 정서의 무르익음에 경탄과 감복을 새롭게 하였다.
더욱이나 친지들과의 서간에 담긴 신부님의 그 자상한 영육간의 자정(姿情)은 스스로도 맛본 것이기에 눈시울이 저절로 뜨거워왔는데 여기다 아무 대목이나 한 귀절 옮겨보면
『(전략)거긴 날씨가 추울 이때 구공탄 김장걱정 얼마나 하시오며 학교 나가셨다 돌아오시면 꽁꽁 얼으실 손발! 구들이 따뜻한지 모르겠습니다. 춘자가 나간 모양인데 퍽으나 섭섭합니다. 그 영혼의 장래가 걱정스러워서요. 그래도 거느리고 계셨으면 성모님의 딸이 될는지 몰랐을 텐데요. 참 인사가 너무 늦었습니다. 본명 성녀날 축하를…그날 있는 정성을 닥닥 긁어서 미사 올렸습니다.(후략)』
이것은 최신부님의「스페인」에 체재중 故 馬海松 선생님 부인 朴外仙 여사에게 보낸 글발의 첫머리인데 친누이에게 향한 것인들 이 이상 어찌 더 우애에 넘쳐흐르랴? 그리고 가정부 아이의 영혼에 대한 실려 등「착한목자」의 마음씨를 실제로 체험케 한다.
그리고「斷想」중의 하나를 고르면
주시는대로 받고
시키시는대로 하고
있는대로 바치고
당신 뜻대로 살자
그리고 부르시는대로 가자
겸손한 사랑을 가지고
라고 다짐하고 있는데
이렇듯 자기를 비우는 겸허(겸虛)한 자세가 되자면 얼마나 많은 오뇌와 고통과 슬픔을 안으로 새기고 이겨야 했는지 그의 시편(詩篇)들이 이를 반증한다.
접등 새처럼 십자가 나무위에 집을 짓고 새도록 밤새도록 울어엡니다
(중략)피울음 울어서 날이 밝으면 십자가 나무에 꽃이 핍니다.
이것은 최신부님의 시집「밤」에서 발췌한 것이지만 그 외 영성수덕(靈性修德)의 정진도를 우리에게 엿보게 하는 노래다. 저러한 최신부님의( 禪敎雙手-불교문자로 영성의 높은 수련과 교리의 깊은 지식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의 경지를 접하게 하고 또 배우게하는 책이 바로 이「영원에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