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사제부족과 종신부제 제도

입력일 2011-04-14 10:52:49 수정일 2011-04-14 10:52:49 발행일 1978-06-11 제 1108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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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부족 보완에 약간의 도움될수도 
생활보장 등 난점많아 채택 어려울듯 
71년 주교회의서 농촌지역ㆍ군종원 요구로 처음 학론
주교회의에서 기혼부제제도가 논의 된 것은 71년 회의 때부터이다. 71년 12월 13일부터 17일까지 왜관 피정의 집에서 열린 주교회의에서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는 사제수부족과 특히 농촌사목자 부족을 메꾸기 위해 안동교구 내에서 만이라도 기혼부제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주교들은 이 제안을 일단 받아들이고 주교전원이 장점만이 아니라 단점과 부작용도 함께 연구키로 했다. 이듬해 10월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에서 열린 주교회의는 故 한공렬 대주교의 종신부제직 도입문제에 대한 제안 설명과 두봉 주교의 연구발표 그리고 군종신부단의 연구보고를 청취했다.

광주대교구장 재임시 종신부제직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故 한 대주교는 종신부제직 도입문제에 대한 제안 설명에서 광주대교구에 속하는 도서 지방공소의 사목활동을 위해 그 지역 출신의 평신도들을 선발하여 그들에게 부제직을 맡기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되어 성청에 문의 하였던바 주교단의 동의를 얻어서 제안하라나는 회신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한대 주교가 장래사제 수급문제에 대한 대비책으로까지「종신부제직」을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목의 원활을 기하기 위해 이문제가 7년 전부터 논의돼왔음은 의미 깊은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또한 69년에 대구에서 분리설정 된 안동교구의 두주교는 당시 사제수의 태부족과 특히 농촌사목자 부족을 해결하기위해 이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두 주교는 72년 주교회의에서 이미 종신부제직을 도입한 지역에서 발견된 장단점을 수집하여 보고하고 한국에서도 지역적으로나마 서서히 종신부제직을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였다.

당시 두주교가 이 연구에서 지적한 장점은 첫째, 부제는 봉사하는 사람으로 부제를 기용하게 되면 신자들이 사제이신 그리스도께 대한 인식을 뚜렷이 가지게 되며 둘째로 부제는 평신도와 똑같은 생활을 하므로 신자들의 문제를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동시에 같은 사제직에 참여 하므로 부제의 경험이 주교나 사제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부제를 통해 교회의 영향이 사회전역에 골고루 퍼질 수 있다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사제나 부제는 결코 다른 사제직이 아닌, 서로 보충할 수 있는 또 보충해야할 제도로 사제수부족을 부제기용으로 어느 정도 타개해 나갈 수 있다는 점등을 들었다.

이와 반대로 단점은 부제가 맡게 되는 직무자체가 품을 안 받은 평신도라도 능히 담당할 수 있다는 견해와 다음으로 부제의 생활보장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결국에는 사제독신제가 문제가 되는 것으로 종신부제를 기용하기 보다는 기혼사제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없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편 군종사제확보에 부심하던 군종신부단도 군종신부 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부제직을 도입, 장기복무토록 하면 군종신부 수급문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주교회의는 당시 교황청에서 발표한 소품과 부제품의 새 규정에 의하면 우선 소품대신에 독서직과 시종직을 평신도들에게 맡길 수 있고 또 부제가 할 수 있는 활동은 모두 독서직과 시종직으로 충분히 수행할 수 있으며, 새 규정에 따라 기혼부제가 아내와 사별하면 재혼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 규정은 현실적으로 기혼부제 제도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종신부제직을 너무 성급하게 도입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먼저 성품 아닌 교역직(독서ㆍ시종직)을 평신도에게 맡겨 이 새 제도를 활용해 보기로 하고 종신부제직 도입문제는 무기한 보류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는 성품 아닌 교역을 맡기는데도 대상자의 자격이나 기간규정 등을 주교회의가 마련해야 하므로 여기에 대한 구체안을 한 대주교와 두 주교에게 맡겨 연구토록 했다.

두주교는 이 연구결과를 73년도 주교회에서 보고했으나 역시 채택되지 않고 지금까지 보류되오고 있다.

지금에 와서 또다시 이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서울대교구에서 과거 10년간의 교회 상황과 앞으로의 추세를 비교분석한 결과 신자나 본당 수 증가에 비해 사제확보가 결코 용이치 않다는 관점에서 이를 해결하기위한 방안이 검토되면서 부터이다.

앞서 지적한바와 같이 한국에 있어서 종신부제 도입문제가 처음 논의된 것은 7년전 광주대교구나 안동교구 군종신부단동에서 그 필요성을 실지로 절감한데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문제가 무기한 보류된 것은 종신부제 도입이 장점보다는 단점 건을 깊이 생각한데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평신도에게 성품이 아닌 독서ㆍ시종직을 주어 교회를 위해 봉사하게 하는 것은 별다른 문제점도 없을 뿐 아니라 교회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는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문제는 종신부제직도입에 앞서 시험적으로도 시도해볼 수 있는 독서ㆍ시종직의 대상자 선정과 이들에 대한 교육 및 교회당국과 신자들의 배려와 관심이 종신부제직 도입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