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아버지 안중근 의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올곧은 정신이 삶 속에서 늘 새로운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3월 26일로 90주기를 맞은 안중근(도마) 의사의 순국 기념일을 앞두고 3월 17일 한국을 찾은 안 의사의 유일한 직계 손자인 안웅호(68·안토니오·재미의사)박사. 그는 김포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닥에 무릎을 꿇어 조국에 대한 사랑을 표했다.
최근 일본에서 중국 뤼순(旅順) 감옥 수인묘지에 묻힌 안 의사의 유해 매장 장소를 확인할 자료가 발견돼 유해발굴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방한한 안 박사는 이같은 추모사업과 아울러 안 의사의 정신을 올바로 살려내는 일이 먼저 전제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10년만에 한국을 찾은 안 박사는 안 의사의 정신과 생애를 담은 「인간성의 위기」(Crisis of Humanity)를 동포들을 위한 선물로 가져왔다. 안중근 의사의 정신이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는 세상의 사표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수년간 심혈을 기울여 썼다는 안 박사는 이 책이 안 의사를 바로 알고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를 희망했다.
『질곡의 역사를 헤쳐온 선조들의 정신이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펼치려고 했던 세상은 결코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도덕이 파괴되고 개인주의가 판치는 세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낸 안박사는 안의사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정신의 계승을 역설했다. 과거에 대한 망각과 불의한 타협이 인간성의 위기를 낳는다고 강조하는 안 박사, 그에게서 자신이 딛고 선 불의한 현실을 뛰어넘으려 한 안 의사의 정신이 풍겨왔다.
안박사는 안중근 의사의 2남1녀 중 차남인 준생씨의 아들이며, 안 의사의 장남 분도씨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8살 나이로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