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제와 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 온 다큐멘터리 감독 변영주(루시아·기록영화제작소 보임 대표·34)씨. 그가 일본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다룬 3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숨결」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오는 3월 18일 서울, 부산에서 동시 개봉되고, 4월에는 일본 동경, 오사카, 나고야 등지서 상영된다.
「숨결」은 94년 첫편 「낮은 목소리」후 실로 7년만에 일궈낸 결실이자 마무리 작품. 1,2편이 모두 「나눔의 집」이라는 공동체 공간을 무대로 피해자 할머니들의 일상을 담았다면, 3편은 거꾸로 그들의 아팠던 과거에서부터 시작된다.
『전반부가 할머니들의 증언으로 위안소에 끌려갈 당시 이야기부터 진행되고 후반부는 고국에 돌아와서 겪었던 고통과 설움이 주된 내용입니다』
촬영기간 동안 변감독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열악한 제작여건이 아니라 바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었다. 『왜 아직도 이런 얘기를 하느냐』『전쟁 상황에서는 그럴 수 있지 않은가』등. 그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분노가 치밀었다. 비록 일부지만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서글픔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럴수록 더 널리 알려야겠다며 마음을 다잡곤했다.
1편 「낮은 목소리」는 개봉 당시 국내외 영화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뮌헨, 암스테르담 등의 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았고, 브뤼셀 독립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특히 뉴욕 여성영화방송인협회가 선정한 「1979~1998 세계 여성영화 23선」에 오르며 국내에서도 대표적 다큐멘터리 감독 중 한명으로 손꼽히게 됐다. 이러한 결과는 변감독도 미처 예상치 못한 뜻밖의 호응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위안부 할머니를 처음 만나 영화를 찍자고 제의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어요. 그때 바로 이건 제가 해야할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저하게 인권을 유린당한 이분들의 고통과 아픔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어요』
계속해서 우리 사회는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을 담고 싶다는 변영주 감독. 그는 예술인이기 전에 신앙인으로서 소외된 이웃들과의 화해와 일치에 일조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극장 상영이 끝난 후 원하는 단체들을 대상으로 직접 영사기를 들고가서 상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문의=기록영화제작소 보임 (02)597-5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