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한 남자의 용기/장윤철

장윤철(스테파노·서울 수서본당)
입력일 2011-01-03 00:00:00 수정일 2011-01-03 00:00:00 발행일 2000-02-27 제 2189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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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보기 드물게 고운 단편소설의 한 대목처럼 살아가는 어느 부부가 있어 몇자 적어본다. 무던하게 15여년을 같이 살아가면서도 애기가 없다면 삭막한 가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테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가정이다.

부인이 간호사로 근무하고 잇던 처녀때의 일이다. 그녀는 상당히 지체가 있는 집안남자의 구애로 1년여의 교제끝에 약혼하게 되었다. 그러나 처녀는 불행하게도 결혼 1주일을 남겨 놓고 혼수준비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심장판막증으로 판명되자, 약혼남의 집에서는 재빠르게 일방적으로 파혼을 선언해 버렸다.

당시로서는 워낙 섬세한 수술이라 죽어나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설상가상으로 파혼의 슬픔까지 가슴에 안고 수술대 위에 올라서야만 했을 연약한 처녀의 외로운 심정을 그 누구도 쉽게 상상할 수 있으리라.

다행히 수술은 잘 마무리되어 그런대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으나 결혼해서 아이를 갖게 되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 무렵 처녀와 같은 동네에서 소꿉동무로 자란 한 청년이 그녀에게 조용히 프로포즈를 해왔다.

청년은 가문의 대를 이어 갈 책임이 있는 큰 아들인데도 『중요한 것은 가문의 대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사랑』이라며 자신의 부모를 간곡하게 설득, 결국 결혼이 성사되었다.

그후 부인은 남편이 행여 속상해할까봐, 수술 후유증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이를 낳으면 어떻겠느냐고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하면 남편은 한결같이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된다. 당신 한 사람이면 행복하니 전혀 신경쓰지 말라』며 매번 부담을 주지 않았다.

최근에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입양을 준비하고 있어 친정식구들을 다시 한번 숙연하게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장윤철(스테파노·서울 수서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