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외쿡인 며느리의 한쿡 이야기] 카자흐스탄 이주여성 아셀 씨

정리 임양미 기자
입력일 2010-06-15 04:12:00 수정일 2010-06-15 04:12:00 발행일 2010-06-20 제 2702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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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 신자들 “출산 후 힘들 때 친정처럼 대해줘 감동”
카자흐스탄에서 온 아셀 씨가 ‘꿈은 이루어진다’를 외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카자흐스탄에서 온 아셀(안젤라)이라고 해요. 2005년 10월 한국으로 온 5년차 주부랍니다.

저는 오늘 저의 신앙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저의 고향인 카자흐스탄은 무슬림국가입니다. 성당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고, 수녀님이나 신부님을 만나본 적도 없었지요. 그런 제가 카자흐스탄에 일하러 온 남편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결혼해 한국으로 와 살게 되면서 하느님을 만나게 됐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땐 모든 것이 낯설었어요. 남편은 저를 무척 사랑해주었지만, 남편도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저 혼자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이 있었죠. 그러다 성북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알게 됐고 이곳에서 처음 유스티나 수녀님을 만났어요.

이상한 옷을 입고, 머리에도 수건을 쓰고 있는 그 모습이 어찌나 낯설던지…. 하지만 수녀님, 선생님들과 함께 이곳에서 한국어, 한국 사회, 한국 문화, 요리, 퀼트 등에 대해 배워가면서 조금씩 성당에 대해 마음을 열어갔어요. 특히 아이를 낳고나서 많이 힘들었는데, 센터에서 방문선생님을 보내주셔서 양육지도를 해 주실 때에는 이곳이 마치 친정집처럼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센터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만난 수녀님과 선생님께서 주시는 사랑이 저에게 스며들었나봐요. 어느날 문득 교리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생을 모르고 살아왔지만, 이렇게 먼 타국에서 이제라도 하느님을 찾게 된 것이 감사했어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교리 공부를 했지요.

2009년 12월 성탄절에 세례를 받았어요. 냉담을 하고 있던 남편도 미사에 와 함께 기뻐해주었답니다. 네살배기 아들도 아빠의 손을 잡고 와 저에게 꽃다발을 건넸어요. 그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이마에 부어지던 차가운 세례수가 생생하게 느껴져요.

머나먼 무슬림 국가에서 찾아온 무지한 저에게 십자가 사랑을 깨닫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했고, 제가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할 수 있는 가족들이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새로운 세상에 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그분의 은총에 감사드리며 미사를 봉헌했던 행복한 기억, 떠올릴 때마다 감동입니다.

냉담하던 남편도 이제는 저와 함께 성당에 나가고 있어요. 매주 일요일 아들과 남편과 저, 모두 함께 주일미사에 참례해요. 그리고 두 손 모아 제 꿈을 위해 기도합니다. 저에겐 두가지 꿈이 있어요. 한 가지는 저의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성가정을 꾸리는 것이고요. 다른 한 가지는 ‘작가’가 되는 꿈이에요. 한국어로 저의 일생에 관한 자서전을 쓰는 것이 저의 작은 꿈이랍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제 자신에게 외쳐봅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아셀 파이팅!’

정리 임양미 기자 (soph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