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20년동안 「평화의 사도」로 불리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어떤 형태의 폭력도 단호히 거부하며 형제적 사랑으로 대화를 호소했다. 그는 나아가 암살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직접 분쟁의 현장을 찾아가 유혈의 땅에 평화의 입맞춤을 하곤 했다.
지난해 비운의 땅 보스니아 사라예보와 레바논 방문은 평화의 사도로서 그가 오랫동안 염원해 왔던 것이다. 4월 12일 사라예보 땅에 입을 맞춘 교황은 『다시 또 전쟁은 안된다. 증오와 미움도 이제는 안된다』며 내전 당사자들의 화해와 용서를 청했다. 이는 43개월 동안 20여만 영이 목숨을 잃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교황 방문은 이 비극의 땅에 영구한 평화를 선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교황의 호소는 단지 보스니아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를 향한 것이었다. 『그리스도의 평화는 정복이 아니라 사랑의 힘』이기 때문이다.
레바논은 지난 75년부터 15년간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사이에 내전이 벌어졌던 종교 분쟁의 상징과 같은 국가로 사망자만 15만 명이 넘은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다.
교황은 지난 94년 베이루트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출발 수일전 베이루트의 한 교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무산됐을 만큼 내전 종식 후에도 분쟁의 폭발위험이 상존했던 곳이다. 교황은 레바논 방문을 통해 종교를 초월해 모든 사람들이 평화와 화해에 기초한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동참해줄 것을 간절하게 호소했다.
올초에는 1천여 명의 사망자를 낸 코소보 사태와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특히 「선의의 모든 사람들」이 대화와 평화회복을 위한 노력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평화를 위한 교황의 호소는 잦은 분쟁, 기아와 질병으로 점철된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특히 많은 언급이 있었다. 교황은 지난 6월 에디오피아와 에리트레아간의 분쟁 소식을 듣고 『우리는 모든 이들이 무기의 사용을 거부하고 대화와 협상의 지혜를 발휘하도록 주님께 기도드릴 것』이라며 『아프리카 대륙은 새로운 전쟁과 고통이 아니라 화해를 다시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무죄한 이들을 향한 테러의 경우에는 매우 단호한 어조로 폭력 행위를 비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