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신자증가율은 82년 9.60%를 고비로 급속한 하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선교가 위기에 봉착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학자들은 선교에도 시장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으로 파악한다. 다시 말하면, 효율적인 선교를 위해서는 ①선교의 시장성 ②종교적 욕구의 흐름 ③선교방식 ④상품으로서의 종교적 내용들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톨릭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선교의 시장성이 풍부한 나라이다. 한국에는 사회전체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도종교가 없으며, 전체 국민의 절반 정도는 아직도 특정 종교를 믿지 않고 있다. 또한 여러가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가장 친화감을 가지는 종교는 가톨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가톨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종교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상품을 고르듯, 자신의 관심과 기호에 따라 종교를 선택한다. 사회가 급변하고 경제적으로 빈곤한 상황에서는 인권, 정의, 평화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나 근면, 검약, 공동선, 인간애, 해원상생 등과 같은 윤리덕목이 주요 관심사가 되지만,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빈곤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사람들의 관심은 자기 내부로 향하게 되어 자신의 경제적, 육체적인 안정과 평화에 집착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지구화와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보다 가속화된다. 최근, 기성종교와 신흥종교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반면,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평화를 약속하는 초월, 명상, 기공, 단전 등과 같은 「신영성운동」이 확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마음의 위로와 평화를 줄 수 있는 전례와 사목 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히 요청된다.
선교시장이 밝음에도 입교자의 수효가 감소한다는 것은 신자들의 선교 열의가 그만큼 약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효율적인 선교 방법은 교리나 신학이 아니라, 친밀한 인간관계의 형성과 비신자들을 포용할 수 있는 「열린교회」의 모습, 그리고 신자들의 표양이다.
지구화, 정보화로 특징되는 사회에서는 현세기복의 약속, 집단최면과 광란으로 특징되는 예배양식, 신비체험, 시한부 종말론 등과 같은 저질의 종교 상품으로는 종교적 성장을 이룰 수 없다. 가톨릭의 신앙적 핵심은 「복음」이다. 그러나 「복음」도 제도교회의 신자들이 나타내는 외적 모습에 따라 상품가치가 드러나기도 하고 손상되기도 한다. 따라서 교회와 신자들의 끊임없는 쇄신이야말로 선교의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우선, 교회의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①관료제적 운영방식과 신자들의 익명성을 유발하는 본당규모의 대형화 ②「보편교회」보다는 「계급교회」로 비춰질 수 있는 교회의 중산층화 현상 ③물질주의, 물량주의, 업적주의, 권위주의, 상징주의, 안정주의 등과 같은 사회 풍조의 유입 ④젊은이들을 소외시키는 장년충중심의 교회 운영 등이 선교의 효율성을 가로 막는 장애가 될 수 있다.
또한 신자들의 신앙적 측면에서는 여러 조사결과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①현세 기복 중심의 신앙 ②수많은 종교 체험과 역사적 체험을 통해 형성시켜온 교회의 지적 전통보다는 개인의 신비체험과 각종 예언에만 관심을 두는 감각적, 맹목적 신앙 ③여러 종교의 내용과 민간신앙을 수용함으로써 복음의 순수성을 저해하는 혼합주의 신앙 ④삶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신앙과 행동의 불일치 ⑤공동체보다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개인중심주의 신앙 등이 선교활동은 물론 복음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수많은 종교들이 무한경쟁하는 한국의 종교시장에서는 가톨릭의 상품적 가치는 아직 높고, 시장성 또한 밝다. 이와 같은 유리한 상황을 활용하려는 신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결부될 때, 선교와 복음화는 보다 풍부한 결실을 거두데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