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와 그리스도교 공통 분모 찾기
김승혜 수녀(서강대학교 명예교수·사랑의 씨튼 수녀회)는 ‘이웃 종교와의 대화’를 주요 화두로 삼아 집필 작업을 해왔다.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수행」, 「유교의 뿌리를 찾아서」, 「원시유교」, 「도교와 그리스도교」 등의 저서는 그 결과물들이다.
지난해 여름, 27년간 몸담아 온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직에서 물러난 김 수녀가 새해 첫 자락에「노자의 그리스도교적 이해」(영성생활/362쪽/1만5000원)란 책을 선보였다. 1년에 두 번 간행되는 교회 영성잡지 ‘영성생활’에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16회에 걸쳐 연재한 내용을 묶은 것이다. ‘만물을 키우는 어머니의 영성’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도교 경전인「도덕경(道德經)」을 그리스도교적 시각에서 풀어낸 이 책은 노자의 가르침이 그리스도교 신앙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새로운 통찰을 줄 수 있는지 꼼꼼하게 살핀다. 모두 81장으로 이뤄진 도덕경을 다섯 장 단위로 나눠 쉽고 정확하게 해석한 다음, 각 장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주제에 따라 도교와 그리스도교의 공통분모를 찾아낸다.
동양 문화권에 속한 한국인들의 삶과 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도교’를 알기 쉽게 해석할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앙과도 연결시켰다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갖가지 사건들과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받은 인상을 각장의 머리말이나 맺는말에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김 수녀는 머리말에서 “공자의 말씀을 모아놓은 「논어」가 우리에게 ‘인간’되는 길을 보여줌으로써 인간관계를 조화롭게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군자다운 사람으로 이끈다면, 노자의「도덕경」은 도(道)의 높은 시각을 가지게 함으로써 하늘을 날 수 있는 자유와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주고 공평한 생태공동체를 이루도록 우리를 격려해준다”며 “이 책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닌 한국인들에게 도덕경 안에 있는 보배를 볼 수 있는 눈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1981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종교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승혜 수녀는 그 동안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유교와 도교 사상에 관한 수많은 논문과 책을 펴냈다. 특히 지난 15년간 우리나라 종교간 대화의 산파 역할을 한 ‘씨튼연구원’(www.setondialog.or.kr)을 이끌며 그리스도교 토착화에도 많은 힘을 기울여왔다.
김 수녀는 이번 집필에 이어 그 동안 펴낸 저서들을 영어로 번역해 펴낼 계획이다. 또 논어와 주역 등을 그리스도교 시각에서 풀이하고, 「중국 초기 종교사」도 발간할 예정이다.
※구입 문의 02-762-1995 도서출판 영성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