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금경축 맞아 회고록 낸 김영환 몬시뇰

박기옥 기자
입력일 2007-09-16 09:27:00 수정일 2007-09-16 09: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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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구나 싶으면 하느님이 살려줬어”

“후배 사제들과 요즘 젊은이들에게 상상조차 하기 힘든 삶을 살아온 노사제의 인생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올해로 사제수품 50주년과 희수(77세)를 맞는 김영환 몬시뇰이 77년 인생을 담은 회고록 ‘물따라 세월따라’(대건인쇄출판사/비매품)를 냈다. 회고록에서 김몬시뇰은 한티골짜기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한국 역사의 현장을 온몸으로 겪으며 사제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나간다.

5대째 내려오는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특히 어머니로부터 철저한 신앙교육을 받았다. 평일미사를 빠지면 그날 끼니를 걸렀고, 조금만 부모님 말씀을 안 들으면 성인이야기를 들어야만했다.

“이런 어머니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커서 신부가 될 것이다’라고 마음먹었고, 또 숱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때 들었던 성인이야기를 떠올리며 기도로서 극복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책에는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아 만주에서 압록강을 건너 월남했던 일, 선목촌의 습격으로 어머니와 여동생의 죽음, 6.25전쟁의 발발과 몇 번이나 인민군에게 붙잡혔지만 풀려난 이야기 등 실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소설 같은 인생이야기가 서술돼 있다.

또 1957년 로마에서 사제품을 받고 귀국한 후 칠성동성당(현 고성성당) 보좌신부를 시작으로 50년간의 다사다난했던 사목활동 이야기도 담겨있다.

특히 몬시뇰 서임 후 남들이 꺼려하는 중국선교를 결심한 그는 중국으로 건너가 2000년 10월 19일 중국 헤이룽장성교구 해북진성당을 건립했다. 이는 그의 마지막 사목활동이었다.

김몬시뇰은 “지금까지 교수, 총장, 신부로 대우받고 살았지만 이제부터는 평생에 잘못한 일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중국에서 고생하며 살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은퇴 후 급속도로 건강이 나빠진 김몬시뇰은 현재 주3회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하느님께서 주신 마지막 소명에 귀기울이고 있다.

“평생 살면서 터득한 것은 십자가의 겸손입니다. 그러면 서로 사랑하지 말라고 해도 사랑하게 됩니다.”

이 책의 출판기념회는 9월 20일 오후 6시30분 대구 매일가든 연회장에서 열린다.

박기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