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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기고/캄보디아 구호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입력일 2006-09-24 17:20:00 수정일 2006-09-24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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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구호활동팀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도시빈민과 에이즈 고아를 돌보며 현지의 한 빈민가를 수리하고 있다.
지난 7월 초순 부산교구 시장사목 전담 이윤벽 신부님이 찾아오셔서 “헬레나씨, 우리 캄보디아에 봉사갑시다”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대뜸 “이 할매가 외국까지 가서 무슨 봉사를 할게 있다고?”하고 얼버무렸다.

이 말이 씨가 되어 8월 11일 8박9일의 일정으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집 없는 도시빈민과 에이즈 고아를 돌보는 사랑의 구호활동에 나도 함께 나서게 되었다.

8월 11일 오전 9시. 김해공항 국제선 출국장에는 이신부님과 부산성모병원 이중길 원장, 의료진, 서면지역 루카회 회원 등 모두 19명 이 나와 있었다.

출발에 앞서 의료장비와 의약품을 비롯한 지원물품은 항공편으로 부치고 나머지 구호물품과 개인소지품은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오후 6시 프놈펜 공항에 도착한 대원들은 무려 1톤이 넘는 짐을 찾은 뒤 봉사활동에 나서는 각오와 결의를 다졌다.

이튿날 아침 일찍부터 얼롱깡만 빈민촌을 찾아가 옷가지와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오후에는 사랑의 선교회 프놈펜 지부에서 운영하는 에이즈 고아 보호소에서 장난감과 학용품을 나눠주었다. 신부님은 에이즈를 앓는 고아들을 목욕도 시켜주고 함께 놀아주며 사진도 찍어 주는 등 ‘추억 만들어 주기’를 권했지만 몸이 닿을 때마다 두렵고 무서워 겉돌기 시작했다.

게다가 침대에 누워 있는 에이즈 중환자들의 비참한 모습을 볼 때면 무턱대고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고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은 맘이 들었다. 에이즈 고아돌보기를 하기에 앞서서 충분한 교육을 받았는데도 막상 대하고보니 겁에 질렸던 자신이 밉기도 했다.

어느 날 감실이 있는 수녀원 경당에서 한없는 통회의 눈물을 흘리며 깊은 묵상에 잠겼을 때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이런 참회의 순간을 겪고 난 뒤에는 에이즈 환자의 목욕과 마사지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출발할 때 처음에 이 신부님이 자매들에게 “에이즈 고아들과 추억 만들기를 잘 해주세요” 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 되새겼다.

8박9일 동안 우리 봉사대원들이 한 일도 많았다. 의료진과 형제들은 사랑의 선교회와 함께 빈민과 에이즈환자 치료로부터 집수리에 이르기까지 몸을 아끼지 않았고 자매들은 에이즈 고아들의 전신마사지와 목욕까지 정성을 다 했다. 이분들이야말로 바로 예수님이고 천사였다.

더구나 구호활동을 끝내고 돌아와 보니 프놈펜에서 만났던 빈민과 에이즈 고아들이 모두 천사였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양미대자(헬레나.부산 서면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