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7주
요즘 내 몸을 보다보면 놀랍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매주 착착 모양을 갖춰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지난 주에는 청각이 형성돼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주시더니, 이번 주에는 손톱과 발톱을 만들어 주셨다. 지금까지는 빡빡 맨머리였는데 어제부터는 머리털이 자라고 있다. 지문도 생겼다.
모두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 신기하기 그지없다. 하느님 아자아자 파이팅!
내가 생각해도 참 많이 컸다. 그만큼 이제는 말도 의젓하게 해야지. 에~헴.
그래서 오늘은 심각한 말 좀 해야겠다. 지금의 나는 8~9주전 배아였던 때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배아 때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일이다. 배아시기를 넘기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 배아시기를 잘 보낸 덕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태아만 사람이라고 하고, 배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지금 손톱이 자라고, 머리털이 자라고, 지문이 생긴 나는 바로 배아가 성장한 것인데 말이다. 배아 때 수많은 줄기세포들이 내 몸속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가 바로 지금 나타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내가 성장해서 아가로 태어난다. 아가가 자라서 소녀가 되고 성인이 된다.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제발 배아와 태아의 생명에 대해 존중해 달라고….
요즘 엄마가 많이 힘들어 하신다. 조금만 걸어도 쉽게 지치곤 하신다. 엄마 내가 불편하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편안하게 쉬세요. 무리하는 일은 절대 하지 마세요. 소음이 심하거나 먼지가 많이 나는 곳에 가지 마세요. 위험하고 다치기 쉬운 곳도 피하세요. 거리가 멀고, 교통이 불편한 곳도 가지 마세요.
엄마는 늘 날 위해 기도하지요. 그런데 이것은 모를걸요. 나도 늘 두 손 모으고 하느님께 엄마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