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메아리로 들려오는 소리 / 한명수

한명수(미카엘·시인)
입력일 2003-10-12 10:34:00 수정일 2003-10-12 10:34:00 발행일 2003-10-12 제 2368호 1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지난봄에 시작한 예비신자 교리반. 여태껏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교리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들, 교리를 가르치는 방법도 세련되지 않은 교리교사인데다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교리를 잘 듣고 있는 그들이 참으로 고맙다. 그들의 빛나는 눈빛은 나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더 깊은 열정으로, 정성을 다하여 가르치도록 만들곤 한다.

그 날의 교리와 나의 경험담을 연결시켜 들려주면 그들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양 귀를 더욱 돋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가치관과 차이가 날 때는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어김없이 질문을 한다. 때론 교회의 가르침을 들어본 적도 없는 그들이지만, 오히려 교리를 가르치는 나보다도 더 올바른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나는 큰 기쁨을 느낌과 동시에 그렇게 살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할 때도 많다.

지난 주 교리시간, 이웃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말과 행동의 일치, 말에 대한 책임」을 운운하였을 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교리선생님은 틀림없이 그렇게 사시는 분일 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끄덕이는 고개 짓에 더욱 신이 돋은 나는 채찍 맞은 말(馬)처럼 열심에 열심을 더했다. 나는 잘 살지도 못하면서 「잘 살아야만 한다」고 소리 높이는 나의 허구는 생각지도 못한 채.

교리를 마치고 연신 감사의 허리를 굽히며, 『선생님, 저도 이제부터는 거짓과 위선을 피하고 악담을 피하며, 남에 관해서 사랑으로서 말을 하며, 착한 양심을 지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한 마디씩 인사를 대신한다.

교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나의 눈은 땅을 향하고 있다. 내 양심의 깊은 곳에서 먼 메아리로 들여오는 소리…, 예비신자들에게 내가 한 말들은 모두 내 자신을 향한 소리임을 깨닫곤 한다.

한명수(미카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