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관 대신 영광의 관을 쓰고 계신 십자가형 비잔틴 양식 이콘, 「성다미아노 십자가」로 불리는 이것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계신 일반적인 십자 고상과 함께 최근들어 각 성당이나 신자들 가정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이콘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아씨시의 성다미아노 성당에 걸려 있었기에 성다미아노 십자가로 불려지게된 이콘은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가서 쓰러져 가는 나의 집을 고쳐라」는 메시지를 들었던, 성인의 초기 삶에 중대한 전기를 마련해준 십자가로도 유명하다. 12세기 시리아 수도자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알려진 성다미아노의 십자가는 그리스도와 교회 영광의 모든 신비가 잘 묘사돼 있어 그 의미를 깊게 되새겨 볼만하다.
작은형제회(프란치스꼬회) 관계자들 설명을 빌면 영광의 관을 쓰고 있는 특징으로 볼 때 이 십자가는 요한 복음에 기초를 둔 「요한계 이콘」이라 할 수 있다. 곧 예수의 수난과 죽음이 영광으로 변모되었다는 것을 뜻하며 십자가의 예수님 오른쪽 옆구리 상처는 사도 요한에 의해 표현된 신앙 고백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예수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 주는 다른 복음서들과는 달리 요한의 독특한 표현을 빌어 그리스도, 하느님 말씀의 심오한 신비를 드러내 주는 특징을 보인다. 즉 요한복음은 빛과 어두움 사이의 투쟁을 묘사한바 있는데 이 십자가 역시 그 마지막 싸움의 결과를 강조하고 있다. 승리를 거둔 그리스도의 몸이 어두운 배경속에서 더욱 밝은 빛으로 두드러 지고 있고 붉은 색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 과 어두움을 극복한 빛과 사랑의 승리를 표현하고 있다
이 십자가가 성 프란치스꼬 성인과 관련돼 많은 신자들에게 사랑받게된 경위는 12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인은 그해 어느날 다미아노 성당 앞을 지나다가 성당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 있던 나무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다. 이때 성인은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프란치스코야 쓰러져 가는 나의 집을 수리하여라』는 말씀이었다.
그 의미는 그리스도 교회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성인은 말 그대로 다미아노 성당을 수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알아듣고 즉시 성당 보수에 착수하게 된다. 이후 성 베드로성당과 뽀르찌웅끌라의 천사들의 마리아 성당도 보수하였다. 이 십자가는 1206년 성 다미아노의 글라라 자매들의 이전과 더불어 성녀 글라라 대성당으로 옮겨져 보관되고 있다.
십자가에 드러난 예수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머리 뒷편에 드리워진 영광의 후광은 죽음을 뛰어넘는 생명의 승리 선포를 의미한다. 예수님은 이미 영광을 받으신 분이며 예수님 주위 사람들도 기쁨의 상태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 후광의 빛이 전체 이콘의 상징적 의미를 드러낸다고도 할 수 있다.
또렷하게 뜨고 계신 예수님 눈은 그분이 살아계신 분임을 보여주고 있고 하늘과 땅의 중간을 향해 있는 그 시선은 온 인류를 위해 아버지 하느님께 자신을 바치시는 대사제요 중재자임을 뜻한다. 두툼하게 묘사된 목 부분도 눈길을 끄는데 이것은 영을 불어넣어 주시는, 창조의 힘을 지니신 분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예수님 팔아래 있는 인물들은 왼쪽부터 성모님, 사도요한, 마리아 막달레나,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백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