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문화재청, 옥천성당·어은공소.문산성당 등록문화재로 선정

이진아 기자
입력일 2002-08-18 11:55:00 수정일 2002-08-18 11:55:00 발행일 2002-08-18 제 2311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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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리성당은 ‘지정예고’
향후 지정문화재·사적지 승격 가능
1945년 건립된 성당으로 지방성당 건축의 전형적 형태를 지니고 있다.
청주교구 옥천성당(충북 옥천군 삼양리)과 전주교구 진안본당 어은공소(전북 진안 죽산리), 마산교구 문산성당(경남 진주 소문리)이 최근 등록문화재로 선정돼 근대 종교 건축물 가운데 건축학적, 역사학적 의의를 갖는 건물로서 보존 관리된다. 또 광주대교구 양천리성당(현 노안성당, 전남 나주 양천리)은 등록문화재로 지정예고 됐다.

문화재청은 최근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보존가치가 있는 건축물 39개를 등록문화재로 선정, 발표했다. 이 가운데 천주교를 비롯한 성공회, 개신교 등 교회건물이 10건으로 전체 등록문화재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등 근대문화유산에서 종교건축물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청주교구 옥천성당은 1945년 건립된 성당으로 지방성당 건축의 전형적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전주교구 진안본당 어은공소는 우리나라 초기 천주교사 연구에 중요한 건물로, 아(亞)자형 1층 전통가옥형태의 목조건물이나 건물의 진입이나 집회공간 기능은 전통형태와 달리 시공됐다고 평가됐다. 또 1937년 건립된 마산교구 문산성당 건물은 1923년 건립된 기와지붕의 한옥형 성당(현 유치원 강당)과 공존함으로써 우리나라 성당건축의 토착화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등록문화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등록문화재 제도는 지난해 7월 도입된 것으로 건설된 뒤 50년 이상 지난 건조물 또는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 가운데 국가 또는 시.도문화재로 지정하기 어렵지만 나름대로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 근대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등록문화재로 선정된 문화재는 지정문화재와 달리 문화재의 보존과 함께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하며, 외관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내부를 일상생활에 맞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은 종합토지세와 상속세 등 세금감면혜택과 함께 관리 및 수리비용이 지원되고 있다.

관계 부처에서 이번에 선정된 종교건축물, 특히 성당 건축물이 향후 지정문화재나 사적지로 승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만큼, 교회는 해당 본당은 물론 교구 또는 전국적인 차원에서 문화재를 관리, 보존해 한국의 가톨릭문화유산을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1937년 건립된 문산성당은 1923년 건립된 기와지붕의 한옥형 성당(현 유치원 강당)과 공존함으로써 우리나라 성당건축의 토착화과정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초기 천주교사 연구에 중요한 건물로, 아(亞)자형 1층 전통가옥형태의 목조건물이나 건물의 진입이나 집회공간 기능은 전통형태와 달리 시공됐다.

■ 교회 문화재 현황과 보존대책

“35건 보유…일원화된 관리 필요”

“교회가 먼저 지정 관리해야”

문화재청이 최근 3건의 성당건축물을 등록문화재로 선정, 보존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가톨릭교회 문화유산이 늘어남에 따라 교회 문화재의 현황 및 보존관리에 대한 관심이 제기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이번에 선정된 옥천성당과 어은공소, 문산성당 등 3건의 등록문화재를 비롯해 명동성당, 약현성당, 인천 답동성당 등 국가지정 사적지 9건과 기타 시도지정문화재 등 모두 35건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위 도표 참조). 장구한 역사를 지난 불교문화재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상황이나 성공회, 개신교 등 기타 종교에 비해서는 성당건축물이 월등히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가 문화적 의의를 지닌 사적지, 유형문화재, 기념물, 문화재 자료 등을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원화된 문화재관리위원회도 없이 해당 교구나 본당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 및 사적지를 관리하는 등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관리에 허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원교구 왕림성당의 경우 건축사적 뿐만 아니라 교회사적으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는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옛 성당을 헐고 그 자리에 새 성당을 지어 아쉬움을 남겼다. 또 약현(현 죽림동)성당은 화재로 전소되는 바람에 외형은 예전 모습 그대로 복원했으나 예전의 건축물은 이미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반면 청주 감곡성당은 본당과 교구의 관리 아래 유물을 한데 모아 전시하는 등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수원교구 구포동성당도 옛 성당을 그대로 살려둔 채 새 성당을 지었다.

현재 가톨릭교회에는 교구는 물론 전국적인 차원에서 문화재를 관리하는 기준이나 명단을 작성해놓은 문서조차 없는 상황이다. 200여년의 한국 가톨릭교회 역사에서 이같은 문화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에 관한 소위 「한국교회 문화백서」도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대교구 성미술감독 정웅모 신부는 『국가가 문화재로 지정하기에 앞서 교회가 먼저 교회문화재로 등록하고 지정, 관리 및 홍보할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면서 『그 어느 때 보다 문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지금, 교회 안에서부터 문화 자산을 아끼고 관리하는 일을 시작하고, 인식의 변화는 물론 재정적 뒷받침까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회 안에는 성당건축물 외에도 역사적 의의를 갖는 수도원, 학교건물이 있지만 보존관리와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건축물도 많다. 이 기회에 교회는 교회건축물을 비롯해 성미술품 등 초기교회 때부터 존재하고 있는 유물과 건축물에 대한 목록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정신(스테파노.50.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교회는 계발논리보다 문화차원에서 인식되고 보존돼야 한다』면서 『더 늦기 전에 교구나 교회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교회문화재를 평가하고 자료화해서 보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교수는 『중국 상해의 금가항성당이 철거될 때의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면서 『이같은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해외사적지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게 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