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9년 프란치스코 성인은 세상 곳곳에 그리스도의 믿음을 전파하기 위해 수도회를 설립했다. 「작음」 「형제애」 「공동체정신」이라는 가난과 나눔의 영성을 실천했던 이 수도회는 당시 이탈리아와 유럽뿐 아니라 이슬람, 아프리카와 동방까지 빠른속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수도회는 1517년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에 대한 다양한 이해에 따라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와 작은형제회로 갈라지고, 작은형제회에서 다시 카푸친 수도회가 갈라져나와 현재 세 개의 프란치스코 수도회로 존재한다.
이같은 분리 속에서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는 또 다른 형식으로 프란스치스칸의 영성을 실천해나가는 수도회로 장구한 역사를 이어가며 오늘날 교회 안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동, 집합이라는 라틴어로 함께 모여사는 공동체를 뜻하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명성과 수도회원들의 삶에 이끌린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날로 번창했다. 수도회 부흥과 쇄신의 시기였던 17, 8세기에는 콘스탄티노플, 아드리아노플, 로도스토 등 동유럽지역과 러시아, 리투아니아, 몰다비아, 왈라키아에 선교를 시작했다. 그러나 수도회의 번영은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쇠퇴했고 다른 수도회와 마찬가지로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도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시대, 그리고 19세기 종교억압정책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시대의 필요에 따라 수도회원들은 늘어났고 현재 전세계로 퍼져 36개 관구 5000여명의 회원들이 수도생활을 하고 있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회원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의 영성의 근본은 창설자인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과 가르침에서 시작된다. 즉 「제2의 그리스도」라 불릴 정도로 철저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르고자 했던 그의 영성은 한없이 「작아짐」으로써 하느님의 영광은 한없이 빛나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성인은 형제들을 일컬을 때 세상에서 「가장 작은 형제들」이라고 불렀다. 또한 「작음」이란 말은 영성적인 겸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지위를 얻으려는 인간적 욕망을 끊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현대의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수도회 형제들에게는 사회에서 「소외받은」 모든 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커다란 영성적 힘으로서 가난하고 힘없는 하느님의 백성들, 곧 성서에서 말하는 「야훼의 가난한 자」처럼 되기를 바랬다. 이같은 가난의 영성과 모든 피조물까지 사랑했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우주적인 사랑은 오늘날 물질주의와 권력, 자연파괴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데 커다란 정신적인 지표가 되고 있다.
「꼰벤뚜알 정신」(공동체정신)과 「형제애」의 영성 또한 평화를 위협받고 있는 현 시대에 중요한 표지가 되고 있다. 이 영성은 우리 모두는 하느님 앞에서 형제이며 우리는 한 공동체이고 따라서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나누어야할 책임을 가지고 있음을 삶으로서 알리고 보여주어야 함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리고 형제적 삶의 태도는 자기 중심적인 것이 아닌, 자기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말하며 꼰벤뚜알 수도회원들은 이같은 정신을 세상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선교로 실천하고 있다.
형제애에서 흘러나온 「꼰벤뚜알 정신」은 사람에게 봉사하도록 이끌며, 교회와 함께 걷고자하는 자세, 역사와 함께 하면서 현대에 열린 태도, 자신의 신분을 똑똑히 알면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정신, 문화와 대화하며 정의평화를 위해 선구자적인 열린 자세를 갖게 한다. 이처럼 프란치스코 성인의 「작음의 영성」에서 흘러나온 가난, 형제애, 공동체정신, 피조물에 대한 사랑, 평화를 위한 노력 등의 영성적인 가치들은 21세기를 살아가는 꼰벤뚜알 프란스치스코 수도자들의 소명과 삶을 지탱해주는 고유한 영성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