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류제옥 수녀의 성서말씀 나누기 (43) 솔로몬의 타락과 종말 (1열왕기 11, 1~43)

류제옥 수녀(마리아·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입력일 2001-09-16 10:36:00 수정일 2001-09-16 10:36:00 발행일 2001-09-16 제 2267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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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시대는 왕권 아래 종교와 사회가 통합되어 사치와 허영의 퇴폐 풍조로 말미암아 나라의 존속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솔로몬의 재산의 출처이자 소비처가 되는 중요한 요소는 길이 화제에 오른 그의 하렘(harem)이었다. 그에게 시집온 이국의 공주들은 동맹과 무역 협상과 국제 관계를 보여주는 산 표적들이었다. 이 여자들은 솔로몬의 조정에 상주하는 사신 격이었다. 또 당대의 관습으로 조약은 조약 당사자들이 섬기는 신상들 앞에서 체결되었던 만큼 예루살렘에 외국의 신상들이 갖춰져 있어야 했고 그것을 치워버린다는 것은 조약자체의 파기를 의미했다(1~8절).

솔로몬이 이방 여인들 700명의 아내와 300명의 첩을 후궁으로 삼았던 사생활의 타락은 물론 이 여인들의 영향으로 이방신을 섬겨 종교적인 배신을 하게 되었다. 그는 마음으로부터 야훼를 저버렸고, 신명기계 역사가인 저자도 솔로몬 통치의 결과를 『야훼께서 노하셨다』(11, 9)라고 결론짓는다.

그러나 이미 솔로몬이 그의 기도에서 밝혔듯이(8장) 이스라엘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그의 고유한 소명 때문에 이웃나라들과 구별되었고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원하신 것은 이웃 강대국들과 같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야훼와의 계약에 충실함으로써 야훼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의 야훼와의 계약은 처음부터 야훼의 축복과 보호 그리고 질투하시는 야훼께 대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철저한 신뢰, 신앙, 충절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솔로몬의 종교적 관용주의는 이스라엘의 삶의 원리인 야훼께 대한 신뢰가 아니라 인간의 힘으로 안전과 번영을 이룩하려고 하였다. 또한 이러한 절충 관용주의는 이스라엘의 고유한 야훼 신앙의 유산을 혼합시키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솔로몬은 이제 야훼의 눈 밖에 났고 솔로몬의 배교에 대한 징벌로 인해 내외의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에돔사람 하닷, 르손이 솔로몬을 공격했고 이스라엘 자체 안에서는 에브라임 족속인 여로보암이 왕을 대적했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야훼께 대한 불충실의 결과라고 보고한다.

솔로몬 치하의 말기의 분위기는 고된 강제 노역으로 야기된 분규와 내란 때문에 분위기가 평화 시대와는 사뭇 다르다. 여로보암이라는 솔로몬의 신하는 부역 총 책임자로 일하였는데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노무자들의 편에 서서 일했고, 아히야 예언자의 소리에 왕국이 분열되리라는 것을 이미 예감한 가운데, 솔로몬은 그의 반발을 알고 그를 죽이려하자 그는 에집트로 망명갔다. 그런데 여로보암에게 내린 언약은 하느님께 충성을 다하는 조건하에서 효력을 유지하게 되어있었다(37~39절).

신명기 사가 특유의 일반적 첨가문인 이 결론 부분은 솔로몬의 통치기간이 그의 사망기사에 나오는 반면 그의 통치 서론부에 나오지 않는 점은 다른 왕들의 통치에 관한 신명기 사가의 관례적인 결론부와는 다르다. 이유는 그의 즉위에 관한 설명이 충분히 상세히 전해졌으며 다윗 왕위계승 이야기 속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솔로몬은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정세를 남겨 두고 세상을 떠났다. 이렇게 11장은 솔로몬이 야훼를 배신했기 때문에 내부의 반란과 왕국의 분열을 초래하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1열왕기의 전환점이 되는 핵심부분이기도하다.

하느님이 이끄시는 역사는 결코 영원히 침묵하지 않는다. 이제 선민의 시공 안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대대손손에게 주는 경고로 남을 것이다. 솔로몬은 이렇게 야훼의 지혜로 시작한 성전 건립을 자기 안식이란 노폐물로 얼룩지게 하였으니 그 결과는 나라의 분열이라는 멸망의 길을 자초하고 말았다.

하느님께 지혜를 청한 솔로몬은 왕정 초기에는 잘 다스렸으나 자기 과욕에 빠질 때 하느님을 저버리는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나는 삶 안에서 늘 깨어 있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주어진 능력과 은혜에 자만하면서 안주해 있지나 않는지?

류제옥 수녀(마리아·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