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부활 제4주일 (다해)]: 주님의 목소리를 듣자

입력일 2000-01-02 23:55:00 수정일 2000-01-02 2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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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 사도 13,14.43∼52 (우리는 당신들을 떠나서 이방인들에게로 갑니다)

제2독서 묵시 7,9.14b∼17 (어린양이 그들의 목자가 되셔서 그들을 생명의 샘터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복 음 요한 10,27∼30 (나는 내 양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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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4주일은 '착한 목자 주일'입니다. 그리고 교회는 이 날을 성소의 날로 정하여 착한 사제, 착한 수도자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특별하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성서에서는 하느님의 백성을 양으로 자주 묘사합니다. 양들에게는 목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보통 목자가 아니라 착한 목자가 있어야 합니다. 자기 이익이나 편리만을 생각하는 목자가 아니라 자기 생명을 바치면서까지 양을 보호하고, 그리고 양을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는 참된 목자가 필요합니다.

착한 목자는 자기 양을 알고 양들은 또 자기 목자를 압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목소리며 오늘 예수님께서 강조하시는 것도 당신의 '목소리'입니다. 왜냐하면 그분의 목소리를 모르면 그분을 따라갈 수 없고 그분을 따라가지 않으면 그분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끄럽고 죄송스런 얘기지만, 저와 함께 서품된 신부중의 한 사람이 옷을 벗고 환속을 했습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어쩌면 잘된 일이고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학교 다닐 때부터 본래 희생이니 양보니 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절대로 손해 나는 일은 하지 않으면서도 또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친구들이 뭐라고 충고를 했고 또 교수 신부님들이 지적하여 타이르기도 했지만 그 친구는 못알아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위에선 나이가 어려서 그렇다고, 좀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이 친구가 스물다섯 살에 사제로 서품 받고 군종 장교로 임관을 했는데 밑바닥의 사병생활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자기 중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위 아래로 여러가지 고달픈 문제가 생기는데 동창 신부들이 찾아가서 말도 해보지만 귀에 먹혀 들지가 않았습니다. 말귀를 못 알아 들으니 그보다 답답한 것도 없었습니다.

제대 후에는 어떤 본당의 주임으로 발령을 받았다가 거기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는데, 그때 아무리 붙잡고 사정을 하고 달래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귓구멍이 꽉 막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의 만류를 뿌리치고 못을 벗더니 환속을 해습니다. 그는 결국 결혼도 실패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고생을 합니다. 아직도 뭘 못 알아 듣습니다.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아들은 유대인뿐입니다. 그 아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것을 약속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아들 유대인들은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 습니다. 듣고도 배척했습니다. 예언자들을 시켜서 여러 번 타일렀어도 오히려 무시하고 예언자들을 박해했습니다. 오늘 1독서에서도 나옵니다.

개종한 바오로가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때 많은 이들이 듣고 회개를 하며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바오로를 쫓아다니며 그를 박해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인 유 대인들이 오늘날까지도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참으로 신앙의 아이러니입니다. 성서를 읽으면서도 듣지 못하고 주님의 업적을 보면서도 믿지 않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져야 합니다. 믿음과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성직자, 수도자 뿐만 아니라 모든 부 모들, 교사들, 그리고 각종 지도자들은 어떤 의미에서 목자들입니다. 따라서 그들도 착한 목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먼저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또 그 말씀의 뜻이 무엇인지를 잘 깨달아야 합니다.

오늘의 시대에 참으로 좋은 목자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너무도 악화되어 있고 또한 스스로 많은 상처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리와 도덕이 무너지고 사이비 종교가 판을 치고 있으며 각종 범죄가 들끓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 시대를 위해 기도해야 하며 또 누군가가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일해야 합니다. 세상은 참으로 좋은 일꾼이 필요합니다.

우리 나라는 다행스럽게도 성소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성소자는 양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문제는 더 중요합니다. 그들이 정말 착한 목자가 아니라면 오히려 양들에게 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착한 목자는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뿐입니다. 따라서 그분 말씀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지혜와 믿음을 갖도록 합시다.

뿐만 아니라 평신도부터 좋은 귀를 갖고 또 부모들부터 열린 귀를 갖도록 합시다. 땅이 좋아야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듯이 좋은 평신도의 바탕 위에서 착한 성소자들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기도합시다. 바로 이것이 좋은 성소자, 좋은 지도자를 배출하는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