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달걀 나누기가 신자끼리의 기쁨 나누기에 머무르지 않고 밖으로의 나눔으로 확산되는 등 부활절 풍경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부활대축일, 예수의 부활을 알지 못한 채 이날 하루도 좌판 알전구 아래서 힘겨운 삶을 손질하던 노점상들에게 부활의 기쁨이 전해졌다.
서울대교구 청량리본당(주임=최용록 신부) 청년협의회는 4월 4일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인근의 청량리시장을 비롯해 경동시장, 동부청과시장 등을 돌며 노점상들과 부활달걀 600여개를 나눴다. 레지오 쁘레시디움, 성가대, 중고등부 교사단 등 14개 단체 110여명으로 이루어진 청년협의회는 2000년 전 예수의 부활이 현재의 자신들에게 지니는 의미를 고민하다 이같은 일을 생각해냈다고.
청년협의회 정혜진(유딧) 회장은 "부활의 기쁨을 가장 먼저 전해야 할 이웃은 IMF로 고통받는 가난한 사람들,'예수님'과 '부활'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이들과의 나눔을 위해 성당 밖 시장으로 나서게 됐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병원 환자들과의 달걀 나눔은 종종 있어 왔지만 성당 밖으로 나가 예수를 모르는 이들에게까지 부활의 새생명을 전하긴 이들도 처음이다. 부활달걀을 받아든 상인들의 반응도 가지 가지. "예수 믿으라고?" "얼마에 파는 건데"서부터 "나도 신자인데 부활에도 나와 장사를 하니 미안해서 못 받겠다"까지. 하지만 모두들 성당에 다니는 청년들이 팍팍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자신들에게 선물로 달걀을 나누어 준 것을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달걀을 전하던 청년들 역시 "우리가 노점상 분들에게 전한 기쁨이 되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부활을 체험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서울대교구 답십리본당(주임=김경희 신부) 신자들은 뜻있는 달걀 꾸러미 하나씩을 받아들고 성당을 나설 수 있었다. 사순시기 동안 신자 개개인이 기도와 함께 정성껏 만들어 봉헌한 달걀이 신자들의 손에 쥐어졌던 것.
가족과 함께 성당을 찾은 양영현(베네딕도)씨는 "누군가의 기도와 정성이 든 달걀을 받아드니 그 의미가 여느 때보다 새로운 것 같다"고 밝히고"가깝게 지내는 이웃 뿐 아니라 얼굴도 잘 모르는 이웃들에게까지 이와 같은 나눔이 확산된다면 우리 사회를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본당 외에도 각 본당들은 부활의 의미를 나누기 위해 부활달걀 나누기를 비롯해 전시회는 물론 콘테스트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하며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