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런 사람 이런 삶] 대녀모임 이끄는 윤인숙씨

우재철 기자
입력일 2018-05-16 20:32:10 수정일 2018-05-16 20:32:10 발행일 1994-03-06 제 1895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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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녀들 신앙 돕는 억척 대모

82년 작은 개미회 결성 매월 모임
신학생 양성 재활원 돕기에 "한 몫"
대부모 대자녀 관계가 바르게 정립되지 않아 영세식이 끝나자마자 이별(?)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병아리를 품에 안고 부화하듯 자신의 대녀들을 신앙 속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억척 대모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오금동본당 윤인숙(60세·아녜스)씨는 지난 82년부터 신앙을 통해 새로 얻은 자신의 대녀들이 많아지자 이들을 한데 묶은「작은 개미회(회장=임숙현)」란 대녀모임을 조직, 지도신부까지 두고 12년째 이 모임을 지속시켜가고 있다.

작은 개미회로 이름을 붙인 것은 개미처럼 열심한 신앙생활로 개미처럼 작아지는 신앙인이 되자는 뜻으로 윤인숙씨가 직접 이름을 붙이게 된 것.

“성당에서 활동을 한답시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대녀들이 많이 생겼어요. 하느님이 주신 딸인데 싶어 대녀들과 자주 모임을 갖고 신앙 공부를 하다 보니까 벌써 12년째 모임이 지속된 것 같아요”

작은 개미회에 소속된 윤인숙씨의 대녀들은 모두 60여명. 그러나 외국이나 지방으로 이사를 가게 된 경우가 많아 한꺼번에 이들이 다 모일 수는 없고 대개 20여 명씩 매월 셋째 월요일마다 모여 대자녀와 함께 부족한 신앙을 키워가고 있다.

처음에는 대녀 집을 돌아가며 작은 개미회 모임을 가졌지만 모임이 잦을수록 가정주부들의 모임 탓인지 집안 살림살이와 가재도구 등을 비교하며 끼리끼리 계층을 이루는 것을 발견한 윤인숙씨는 곧바로 작은 개미회의 모임 장소를 자신의 집으로만 한정, 10년 이상을 자신의 집에서만 대녀모임을 열고 있다.

“초창기에는 대녀 몇 명이 만나서 부족했던 교리를 공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모임이 지속될수록 이 모임을 올바르게 지도해줄 신부님이 필요하게 됐지요”

윤인숙씨는 그전부터 친분이 있던 유재국 신부(서울 불광동본당 주임)를 지도신부로 모시고 작은 개미회가 친목 단체로만 끝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오고 있다.

특히 이 모임을 지도하고 있는 유 신부는 “냉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모 대녀모임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이런 모임이 바로 2천년대 복음화를 위한 소공동체 운동과도 같은 맥락에 속한다”며 항상 바쁜 시간을 쪼개 참석, 작은 개미회 회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작은 개미회는 보통 오전 10시경에 모여 말씀의 전례와 묵주기도, 성서 공부, 생활 나눔, 신부님의 훈화 말씀 등의 순서로 모이이 진행되며 피정을 연상케 하는 순수한 신앙모임의 성격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인 자신의 집에 대녀들이 모이면 규모가 작은 성당의 꾸리아 회합 같은 분위기가 되기도 한다는 윤씨는 이 모임을 각자 부족한 신앙을 채워가는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녀들이 뭔가 좋은 일을 해보자는 뜻으로 회비를 거둬 신학생 양성 기금으로 일정액을 후원하기도 하고 시골본당을 돕는 등 작은 개미회의 숭고한 뜻을 조금씩 실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윤씨는 작은 개미회가 수년간 도왔던 한 신학생이 지난해에 사제서품을 받은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물론 작은 개미회는 현재도 장애인 재활시설인 임마누엘의 집에 작은 정성을 보내주고 있다.

짧은 교리 기간으로 영세로 받았지만 본당과의 연결고리를 갖지 못해 항상 신앙의 위기 속에 살아가는 신영세자들에게 신앙을 불어넣는 가느다란 끈이 되고 있는 작은 개미회.

대녀들 중에 판사나 교수 부인, 대기업 경영주의 부인도 있고 30대 초반에서 팔순의 할머니까지 각양각색의 딸들을 두고 있는 윤인숙씨는 “하느님께서 이렇게 많은 대녀들을 주시기 위해 저에게는 오로지 무남독녀 외동딸만을 주신 것 같다”며 딸복이 많아 다복하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을 한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 대녀들을 다독거리며 신앙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마지막 바람"이라는 윤인숙씨는 가톨릭신문을 보고 연락이 되지 않는 대녀들이 단 한 명이라도 소식이 있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우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