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프랑스 순례단 ‘소화 데레사 성녀’유골 기증
한국교회도 소화 데레사(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성인의 유골을 모시게 됐다.
서울대교구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 순례단은 10월 22일 서울 삼성산 성지(서울 관악국 신림 10동 소재)에 성인의 유골가루 중 일부를 기증하고 “한국교회가 성인의 사랑안에서 선교의 활성화를 이루길” 기원했다.
삼성산본당 김상국 주임신부는 “소중한 선물을 준 프랑스 순례단에 감사드린다”며 “성인 유골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산본당은 일단 감실에 성인의 유골을 보관하고 있으며, 미사때나, 전후로 제대앞에 유골을 비치해 신자들이 경배토록 하고 있다. 삼성산본당은 조만간 도난방지 시스템을 갖춘 시설을 구비, 성인의 유골을 보관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에 기증된 유골은 리지외 바이어교구에 보관중인 성녀의 유골가루 중 일부인 것으로 알려진다.
1925년 교황 비오 12세에 의해 시성된 소화 데레사 성인은 ‘선교사업의 수호자’로 공경받고 있으며, 잔다르크 성인에 이어 프랑스 제2의 수호자로 선포되기도 했다. 한편 프랑스순례단은 엑상 프로방스 대교구장 클로드 파이드 대주교(앵베르 성인 출신지)를 비롯 리지외 바이어교구장 피에르 피캉 주교(모방 성인 출신지), 딘교구장 프랑수아-사비에 루아조 주교(샤스탕 성인 출신지) 등 총 38명으로 구성됐다.
김추기경, 정대주교 예방
○…10월 19일 인천공항에서 절두산으로 이동, 따뜻한 환영을 받은 프랑스 순례단은 이날 오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예방,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정대주교는 김대건 성인상을 선물한 뒤, “김대건 신부 사제서품 160주년, 브뤼기에르 주교 선종 170주년, 한국교회 신학교 설립 150주년 등 뜻깊은 올해에 방한한 프랑스 순례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음날 20일 김수환 추기경을 예방한 순례단은 “열성있는 많은 한국사제나 신자들이 프랑스에 와 프랑스 신자들의 신앙성장에 도움을 주길”요청하기도 했다. 이어 순례단은 초대 조선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 현양미사에 참례한 후 삼성산본당에 도착, 민박 가정과의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21일 삼성산 성지에선 삼성산본당과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대교구 마리냔본당, 바이어 교구 바시본당, 딘교구 딘이어본당과의 자매결연 행사도 있어 순례의 의미를 더했다. 또한 성인들 고향에서 가져온 흙과 삼성산 성지의 흙을 섞어 기념 식수를 하기도 했다.
모방 성인 후손 참가
○…이번 순례에는 모방성인의 후손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증손자 다니엘 씨는 “모방 선조가 순교하신 것처럼, 자신도 그런 기회가 온다면 기꺼이 순교하겠다”고 말해 주위의 칭송을 듣기도. 1996년 샤스탕 성인 전기를 집필한 프랑수와즈 뷔젤랑씨는 “본당에서 요청이 들어와 전기를 작성하게 됐다”며 “한국교회의 깊은 신앙을 그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앵베르 모방 샤스탕 세 성인이 군문효수당한 새남터 성지도 순례단에겐 큰 의미가 있는 곳.
새남터본당 주임 한원식 신부는 22일 국악미사로 봉헌된 환영 미사에서 “세분 성인의 고향에서 온 순례자들이 주님의 성찬례에 함께 하고 있다”며 “세분 성인이 하늘에서 내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예수님의 따뜻한 사랑의 감동이 전해오는 것 같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새남터본당은 이날 미사 후 환영의 문구를 담은 서예 작품을 순례단 전원에게 선물,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합동미사로 친교 나눠
○…10월 23일 명동성당에서 한국·프랑스 합동미사로 봉헌된 성체대회 폐막미사는 양국 교회의 친선을 확인하는 또 하나의 장이 됐다.
각 지역별 고유 의상을 차려입고 이날 미사에 참례한 프랑스 순례단은 평화의 인사 때 자리에서 나와 한국 신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우정을 나누기도. 피캉 주교는 인사말에서 “이웃에 대해 사랑과 우정을 실천하는 여러분들 모습에서 하느님이 살아 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러한 사랑이 한 교회안에서 한 형제자매로 살아 갈 수 있음을 확인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서 순례단은 서울대교구에 엑상 프로방스 대교구에서 사용하던 ‘사랑의 십자가’와 세명 성인의 영정이 담긴 액자를 선물하기도.
국내 성지순례도
○…순례단은 24일엔 안동교구를 방문해 두봉 주교와 해후한 후 25일 대구대교구 신나무골 순례, 26일 경주를 거쳐 서울로 돌아와 한국평협에서 주최한 환송연에 참가한 후 27일 출국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순교자현양회 이정윤 회장과 김태희 준비위원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프랑스 교회의 유대가 더욱 돈독해 지길”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