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화해의 수호자」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St. Francis of Assisi, 1182∼1226).
너그러움, 단순하고 천진한 신앙심, 신과 인간을 향한 헌신, 자연에 대한 사랑과 진실한 겸손 등으로 인해 그리스도교 안에서 가장 사랑 받는 성인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프란치스코는 오늘날까지도 시대와 종파를 초월해 추앙 받고 있으며, 교황 비오 11세는 그를 「Alter Chris tus(또 하나의 그리스도)」라고 불렀다.
동시에 프란치스코는 하느님의 섭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인간의 모델이며, 자기 중심성에서 해방된 인물의 표상이며, 참혹한 내적 투쟁을 통해 하느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물질을 영적 가치로 전환시킨 위대한 수도자이다.
10월 4일 성 프란치스코 축일을 맞아 성인의 영성을 돌아보게 하는 「프란치스꼬 저는」(분도출판사/208쪽/8000원)이 출간됐다. 「가톨릭 교사 전국연합회」를 설립하고 「이탈리아 청년 가톨릭 운동」 회장 등을 지낸 까를로 까렛또 수사(예수의 작은 형제회, 1910∼1988)가 성인의 삶을 가슴 벅찬 감동의 이야기로 재창조했고,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가 번역했다.
『프란치스코, 저는 팔 세기 전 아시시에서 태어났어요』의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책은 「아시시의 가난한 이」가 스스로 자신의 삶과 신앙을 1인칭 관점에서 풀어낸 것이 특징. 자신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일생을 마치 옛 이야기를 들려주듯 소탈하게 술회한다.
어린이용 동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성인의 생애에 얽힌 일화 하나까지도 철저히 사료에 근거했고, 이러한 작품상의 「편법」은 오히려 성인의 속내와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가난한 하느님」 「가난의 신비」 「비폭력의 웅변」 등 모두 12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우리 시대에 절실한 현실성을 띠는 여러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성인은 형제들에게는 온유하라고, 다투지 말라고, 시비를 따지지 말라고 부탁했다. 비폭력의 예언자이기를 원했으며, 그 보다도 사랑의 힘을 주장하기를 더욱 원했다. 말과 표양으로 평화의 전령이 되었다.
그는 또 가난 역시 사회.정치적 문제로 보기보다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일로, 해탈시키는 힘으로 보았다. 물질로부터의 철저한 해탈을 이룬 프란치스코의 가난한 삶은 물질의 풍요를 자랑하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그리스도인의 이상형」을 제시해 준다.
장익 주교는 역자 후기에서 『프란치스코 같은 참 성인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우리 모두의 영혼을 늘 적시고 되살리는 그 생명수가 마를 줄을 모른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