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船員)들 영적 지원하고 인권·복지 챙기는 ‘해양가족 돌보미’ 평신도 자발적 노력으로 발족 41개국 300여 곳 부두서 활동 한국은 부산·인천·수원교구 담당 배 위에서 미사 봉헌하는 등 선원과 가족 영적·물적 지원 팬데믹으로 활동 어렵지만 선원들 어려움 해결에 총력
가톨릭 해양사목(Stella Maris)이 2020년 활동 100주년을 맞았다. 해양사목은 항구에 입항하는 외국인 선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목 활동이다. 모든 선원들은 전 세계 어느 항구에 입항하더라도 동일한 복지와 인권적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해양사목의 기본 정신이다. 한국교회에는 부산·인천·수원교구에 담당 부서가 있다.
지난해 해양사목은 100주년을 기념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다. 전 세계 해양사목을 주관하는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장관 피터 턱슨 추기경, 이하 인간발전부)는 올해로 기념사업을 미뤘으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올해 역시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 해양사목을 가장 먼저 시작한 부산교구를 중심으로, 해양사목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본다. ■ 해양사목의 태동 해양사목은 1920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지역 평신도들에 의해 설립됐다. 당시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상선을 보유하고 있었다. 상선에 고용된 선원들만 수천 명에 달했다. 요즘과 달리 하역에 필요한 장비와 도구가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배가 한 번 정박하면 오랜 기간 항구에 머물러야 했다. 글래스고의 가톨릭 신자들은 자발적으로 선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과 복지시설을 제공해 해양사목이 태동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해양사목은 1920년 10월 4일 글래스고에서 첫 번째 해양사목 회의가 열리면서 정식 설립됐다. 1922년에는 비오 11세 교황에 의해 공식 승인됐다. 전 세계 해양사목은 교황청 인간발전부에 소속돼 있다. 현재 41개국 300여 곳 부두에서 230여 명의 사목자가 선원들을 위해 사목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는 교황청의 제안으로 1978년 시작됐다. 교황청은 당시 부산교구에 공문을 보내 부산항에 입항하는 선원들을 위해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 독일에서 해양사목 활동을 접한 박숙자(요세피나)씨를 중심으로 그해 6월 1일 부산교구 해양사목이 본격 활동에 나섰다. 인천교구는 1988년 전 인천교구장 고(故) 나길모 주교의 요청으로 발족됐다. 1991년부터 왕주현 신부(예수성심전교회) 부임으로 사목활동이 시작됐다. 평택항을 교구 관할 지역내에 두고 있는 수원교구는 2017년 9월 15일부로 교구 이주사목위원회와 협의해 산하기구로 해양사목부 신설을 결정하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주요 활동
해양사목은 외국인 선원들을 위해 선상 미사를 봉헌하고, 고해성사 등 영적 도움을 준다. 또 선원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상담을 진행한다. 쉼터를 운영하고, 배 축복식도 집전하며, 필요한 물품도 최대한 지원한다. 본당 사목회처럼, 해양사목회가 구성돼 원활한 배 방문과 영적·물적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산교구 해양사목은 다른 나라와는 차별화된 활동을 펼치는데, 선원의 가족을 위한 ‘해양가족 사목’이 그것이다. 오랫동안 떠나 있는 선원을 기다리는 그 가족을 영적으로 돌본다. 사회에 만연된 ‘뱃사람은 거칠다’는 식의 잘못된 선입견을 바꾸는 노력도 하고 있다. 현재 부산교구 해양사목은 매월 셋째 화요일 오후 2시 부산 대청동 가톨릭센터 6층에서 해양가족 월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코로나19 시대 해양사목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선원들은 항구에 정박하더라도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곧바로 돌아가야 한다. 바다 위 좁은 선상에서 수개월 동안 생활해야 하는 선원들은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누적된 선원들의 신체·정신적 피로는 선원 자신뿐만 아니라 선박 운항의 안전에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교회 해양사목은 코로나19로 모든 배 방문 활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양사목은 묵묵히 역할에 충실한 선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그들이 처한 어려움과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