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회 내 태양광발전소 현황과 활성화 방안은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1-07-20 수정일 2021-07-20 발행일 2021-07-25 제 3255호 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시설 갖춘 서울 본당 5% 불과… 생태교육과 규정 확립 절실
재생 가능 에너지 중요성 강조에도 본당들 호응 ‘미지근’
“태양광 패널 부작용 많다” 근거 없는 ‘가짜 정보’ 나돌아
설치 관련 구체적 지침 마련하고 신자들 인식 개선시켜야

수원교구 산북성당 교육관 위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재생 가능한 무공해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전력공급 상황이 비상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실감케 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전기 생산은 화력에 의존하고 있다. 교회는 이런 기후위기 앞에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생태를 만드는 방법의 하나로 태양광발전소를 강조해왔다. 이 뜨거운 태양 아래 교회 내 태양광발전소는 ‘열일(열심히 일)’하고 있을까.

■ 태양광에 뜨뜻미지근한 본당들

ㄱ본당 주임신부가 신자들에게 성당 지붕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교회가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본당 사목회가 반대해 설치를 포기했다. 신자들이 반대한 주된 이유는 태양광발전소가 ‘성당의 거룩한 모습’을 해친다는 것이었다.

ㄴ본당은 사업용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임신부의 강력한 주장으로 설치했지만, 일부 신자들은 못마땅한 기색이다. ㄴ본당 태양광발전소의 한 관계자는 “안전관리비용과 세금, 수리비용도 들어가는데, 수익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다”라며 “경제적인 면에서 별로 이익이 없어 다른 본당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다고 하면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우리는 엄청난 오염을 유발하는 화석연료, 특히 석탄과 석유와 더불어 소비량은 적지만 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의 점진적인 대체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며 “재생 가능한 무공해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164~165항)

한국 주교단 역시 2020년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 후속 장기 사목 계획을 위한 특별 사목 교서’를 내고 그 실천 지침으로 “본당 공동체가 녹색 에너지(태양광, 태양열) 시설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행동”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성당 태양광발전소 확산은 더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대교구는 2017년 12월 서울시와 ‘태양광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대교구는 교구 내 성당과 건물에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서울시는 교구 내 태양광발전소 설치지원금과 관련 행정업무를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 환경사목위원회가 자체 조사한 현황에 따르면 협약 이후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된 곳은 4곳, 협약 이전부터 설치된 본당을 합해도 10여 곳에 불과하다. 협약을 한지 3년이 지났지만 서울대교구 232개 본당 중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곳은 5%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전교구 생태위원회도 2019년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창립하고, 교회와 신자 개인이 소유한 건물 옥상이나 유휴부지를 대상으로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설치된 발전소는 성당 1곳, 개인 건물 2곳에 불과하다. 성당 내 건물에 태양광발전소를 비교적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본당들의 호응이 미비했던 것이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창립한 임상교 신부(대전교구 천안성정동본당 주임)는 “수동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살아가는 형태로만 살아왔기에 이 기후위기에 아무런 비판과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어 “외관이나 장식이 아니라 우리 안의 움직임과 지향이 거룩할 때 교회 또한 거룩해진다”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과연 ‘복음적인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가 서울시와 체결한 ‘태양광 발전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에 따라 명동성당 앞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 하지만 협약 이후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본당은 4곳에 불과하다.

■ 태양광은 무조건 나쁘다?

여러 본당들이 발전 중 탄소가 발생하지도 않고 폐기물 문제도 거의 없는 태양광발전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 내 태양광발전소 추진에 앞장서는 관계자들은 “잘못된 인식, 특히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인식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태양광에 관한 왜곡된 정보들이 퍼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를테면 태양광 패널에 중금속이 많다, 패널 세척제의 독성이 강하다, 발전 시 심각한 전자파가 발생한다, 패널 폐기가 어렵다는 등의 오해다. 정확한 근거도 없는 왜곡된 정보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재생산되고 있어, 이에 영향을 받은 신자들까지도 태양광 시설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태양광발전소를 ‘돈벌이’로 생각하면 경제성이 낮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성당 태양광발전소는 경제적 이익 면에서도 톡톡히 활약하고 있다.

2018년 48.96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서울 이문동본당은 2020년 한 해 동안 6만5105kWh의 전기를 생산했다. 이를 통해 1373만4000원에 달하는 본당 전기요금을 절감했다. 초기비용 총 1억1000만 원 중 지원금을 제외하고 본당이 부담한 금액은 6600만 원. 지난해 수익을 생각하면 5~6년이면 초기투자 비용을 모두 회수하는 셈이다.

경제성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난 ㄴ본당의 경우도 지난 6월 9984kWh의 전기를 생산했다. 이문동본당의 월평균보다도 많은 전기를 생산한 것이다. 6월 한국전력이 전력을 구매하는 기준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kWh당 82.72원으로, 공급인증서(REC) 판매 수익도 고려하면 6월 전기생산량만으로도 수익이 110만 원에 달하는 셈이다.

서울 이문동본당 주임 박동호 신부는 “모든 현상이 완벽할 수도 없고, 태양광발전도 역시 결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근거가 되는 정보에서부터 과장, 왜곡, 축소 등 뒤틀림이 있어 시민들이 윤리적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과 공동체를 위하는 윤리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하고, 무엇보다 교회의 가르침에 관심을 갖고 에너지 빈곤층과 지구환경, 다음 세대의 문제가 내 문제임을 느낀다면 행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확산을 위한 대안은 없을까

비록 그동안 확산은 더뎠지만, 최근에는 성당 지붕에 태양광발전소를 올리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더 일어나고 있다. 수원교구는 정부지원 사업에 선정돼 교구청을 포함한 교구 내 6개 시설 지붕 위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대전교구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도 2개 본당과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또 그 수는 많지 않지만, 본당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추진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규모를 생각하면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생태환경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목자들은 조금 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방법이란 생태교육, 태양광시설 설치에 관한 구체적 지침 마련, 협동조합 운영 등이다. 특히 생태교육은 「찬미받으소서」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으로 신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생태적 회개로 이끌 수 있다.

또 교구 등의 건축에 있어 에너지 절감과 자립을 위한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면, 교회기관 건물 신축이나 리모델링에 태양광 시설 설치를 더 확실하게 끌어낼 수 있다. 불휘햇빛협동조합과 같은 협동조합은 본당이 초기설치비용을 내지 않고도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어 태양광발전소의 빠른 확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불휘햇빛발전조합 이사장 김대건 신부는 “협동조합은 성당 지붕이나 유휴부지를 임대하는 형태로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고 발전수익금 중 일부를 본당과 나누는 형태로 운영되고, 임대가 아닌 자체적으로 설치하려는 본당도 도와주고 있다”면서 “수익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접근하기엔 타당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창조질서를 보전하려는 신앙의 눈으로 보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