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인의 눈] 코로나 위기에 종교의 역할 / 김민수 신부

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0-09-01 수정일 2020-09-02 발행일 2020-09-06 제 3210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전 세계적으로 자랑거리가 되어온 K-방역이 무색해질 정도로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5 단계로 격상된 상태이고, 조만간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면 3단계로 방역단계가 강화될 우려도 보인다. 코로나19의 전국적 재확산은 지난 8월 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집단 감염에 원인이 있다. 그 진원지 대부분이 개신교와 광복절 집회에 있음을 많은 언론매체들이 다루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200~300명씩 나오면서 방역당국은 음식점·카페 등 영업제한조치라는 초강력 조치를 내렸고, 개신교에 대해서는 대면 예배와 소모임을 중지시켰으며, 천주교와 불교에 대해서는 정기 미사나 법회는 가능하지만 소모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개신교 측에서는 생명과 같은 예배를 중단시키는 것은 종교탄압이고 종교자유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벌금을 내더라도 대면 예배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물론 많은 개신교회가 비대면 예배를 실행했지만, 상당수의 개신교회는 방역당국의 행정명령을 무시한 채 대면 예배를 고집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에 확진된 개신교 교인들 중에는 동선을 속이거나 검사를 거부하는 사례도 종종 드러나 코로나 확산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말이 최근에 회자되어왔는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종교는 아예 노골적으로 사회의 해악을 가져다주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대구 신천지 발 코로나 집단 감염과 전국적인 확산으로 신흥종교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혐오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의 재확산 차단을 위한 긴급 방역조치에 대한 일부 개신교의 비상식적 태도는 종교에 대한 사회 인식을 더욱 부정적으로 만드는 주범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종교(인) 및 종교인 과세 관련 인식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천주교와 불교인은 ‘온화한’, ‘따뜻한’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가 우세하지만 개신교인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싶은’, ‘이중적인’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 사태라는 중차대한 시국에 솔직히 종교가 한 역할이 없는 느낌이다.’에는 동의율이 72%에 달하고 있다는 결과로 보아서 천주교나 불교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종교 역할을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종교가 ‘구원의 주체’가 아니라 ‘감염의 매개,’ ‘치유의 공간’이 아닌 ‘감염의 온상’으로 변질되었다는 어느 학자의 말에 준엄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

종교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계속 존재하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종교가 시민사회의 공공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현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재난 상황에서 종교성과 시민성 혹은 개인·종교의 자유와 시민적 공공성이 조화를 이루고 공존해야 한다. 그렇지만 종교의 자유를 조직 유지·확장이나 신념 전파·실천을 위해서만 배타적으로 사용한다면 결국 사회의 지탄 대상이 되고 그 자유는 제한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회가 공공성을 발휘되기 위해서는 신앙의 사회적 영성 회복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럼으로써 진정으로 새로운 복음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교회 울타리를 넘어 시민사회에서 사회적 영성과 공공성을 자신의 영역에서 실천하는 신앙의 일상화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류 전체가 경험하는 혼돈 속에서 신체적, 경제적, 그리고 심리적 아픔을 겪고 있는 이웃이 너무나 많다. 교회 공동체는 고통 받는 이웃 생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하고, 이들에게 하느님 자비를 증거하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선교적, 사목적 실천이 따라야 할 것이다. 코로나로 고통 받는 이웃에게 공공성이라는 종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시민들에게 외면과 냉대를 받지 않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회가 가장 효과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방법 중 하나는 고통 받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연대하고 나누며, 그들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돌보는 것이다. 이제는 말에서 행동으로 구체화할 때이다.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요한1서 3,18)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