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543) 보속과 희생(상)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20-07-07 수정일 2020-07-07 발행일 2020-07-12 제 3203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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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던 지난 몇 달 동안, 나의 일상은 성당 주변을 살피면서 부실한 부분이나 혹은 손을 좀 봐야 하는 소소한 일들로 채워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의 ‘공·허·함’은 뭐라 표현하기 애매할 정도로 찹찹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원인 모를 짜증이 쌓여만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당시에 며칠 간격으로 사소한 일들도 생겼습니다. 택시 한 대가 성당 앞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앞에 정차하려 하기에 택시 기사분께,

“선생님, 여기는 성지 앞이기에 차를 정차하시면 안 되는데요!”

“아, 예. 잠깐만 차를 좀 세울게요. 화장실이 급해서.”

그리고 그분은 내리자마자 내게 묻기를,

“여기 화장실은 어디에 있어요?”

“선생님, 여기는 공중화장실이 아닙니다.”

그러자 그분은 나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막무가내로 성당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 순간 화가…! 큰 숨을 쉬면서 마음속으로 내린 결정은 ‘안 되겠다. 사제관으로 들어가자! 안 그러면 뭔 일 생기겠다.’ 그래서 그 날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또 어떤 날에는 사제관에서 점심을 먹고 성당 마당을 걷고 있는데, 마침 순례하시는 분들이 나를 보더니,

“아저씨, 여기 성물을 좀 살까 하는데. 계산 좀 해주세요.”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직원 분들이 식사하러 가셨어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담당자가 올 거예요.”

“아니, 지금 아저씨가 있잖아요. 성물값 받아서 사무실에 전해 주세요. 우리는 다른 성지로 이동해야 하거든요.”

그분들로부터 성물값 2000원을 받은 나는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올 직원들을 기다리면서, 마음속으로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연이어 그 다음 날에는 동네 할머니 한 분이 날 찾아와 말하기를, “신부님이셔! 여기 성당 담벼락 나무 좀 잘라 줘. 가을만 되면 내가 낙엽 쓰느라 허리가 아파. 어떻게 좀 해 줘 봐요.”

그래서 나는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어르신, 여기 오래된 나무를 함부로 자르기가 그러니, 올 가을에는 제가 할머니 집 앞 골목을 쓸어 드리면 어떨까요?”

그러자 그 할머니는 화가 났는지,

“신부가 쓸어주기는 뭘 쓸어줘. 내가 쓸어야지. 에이…”

그 밖에 그 주간 내내, 큰일은 아니지만 감정을 긁는 사소한 일들이 여러 차례 더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시간이 좀 지나면 내 마음이 먼저 불편해졌습니다. ‘이런 바보 같이. 내가 좀 더 친절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좀 더….’ 그러던 중 교구에서 공문이 왔고,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 재개’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어찌나 기뻤던지. 그러다 문득 ‘미사가 없다 보니, 대성당을 사용하지 않아 청소를 해야 할 텐데. 음…. 그 동안 여러 차례 사람들과 다투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고, 그로 인해서 사람들도 미워했었고! 그래, 보속하는 마음으로 혼자서 대성당을 청소하자.’

그 후, 하루 날을 잡아 신자 분들이 없는 시간에 보속하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대성당 청소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우선 대성당 제의방에서 진공청소기를 꺼냈고, 성당 청소함에 있는 대걸레 여러 개를 대성당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진공청소기 전원을 꽂아, 성당 바닥 먼지부터 제거하려 하는 그 순간! ‘아뿔싸!’ 신자들 몇 분이 대성당으로 나를 따라 들어온 것입니다. 알고 보니, 대걸레를 가지고 대성당으로 가던 나의 뒷모습을 본당 신자 분 몇 분이 본 것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