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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 맨 오브 히스 워드’를 보고

하수정(클라라?부산 대천본당)
입력일 2019-12-10 수정일 2019-12-10 발행일 2019-12-15 제 317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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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란치스코교황 : 맨 오브 히스 워드’ 중 죄수에게 발씻김 예식을 한 뒤 입맞추는 교황.

세례식을 하루 앞둔 11월 23일, 나의 교리과정 중 선종하시고 지금은 하늘공원에 잠들어계신 내 어머니 박효선 마리아의 대모이신 송두라 베로니카님이 영화관 데이트를 신청하셨다. 주님 품에 어머니를 안겨드리고 쓸쓸해 하는 나를 배려하신 듯하여 깊이 감사한 마음으로 쾌히 응했다.

제목을 물으니 ‘프란치스코 교황 : 맨 오브 히스 워드(A man of his word)’라고 하시길래 교황님 관련 영화일거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사전지식도 없이 무작정 극장으로 향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자막을 보니 감독이 거장 빔 벤더스여서 깜짝 놀랐다. 세계적인 거장의 영화라니, 기대로 가슴이 쿵쾅거렸다.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주인공은 당연히 프란치스코 교황이시고, 인간성 상실과 생태계 파괴, 빈부격차의 심각성, 실업자와 난민 수용의 대안없음을 걱정하는 교황님의 고뇌와 간절한 소망이 큰 울림으로 가슴을 시리게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영화였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의 표본인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크고 부지런하신 행적을 자세하게 다 담아내지는 못하였지만 국적과 종교를 넘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전 세계의 어른’으로 인정받는 이유를 보여준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낮고 낮아서 더 낮아질수가 없는 사람들 속을 파고들어서 인간의 고귀한 의무인 노동력을 잃은 노동자들에 대하여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언급하시며 깨우침을 주시고, 사람들의 약탈과 남용으로 피폐해진 가장 가난한 자 ‘지구’에 대하여 그 가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이신다.

이처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는 무기 ‘말(word)’ 만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열린 생각으로 농부, 노동자, 피난민, 어린이, 노인, 죄수 등 인종과 국적, 종교와 문화를 넘어 온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감의 여정을 나누신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는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게 되면 교황님을 추앙하기보다는 교황님의 고뇌와 성찰과 삶의 태도와 지혜와 긍정을 배우게 될 것이며 세계의 친구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좀 더 잘 알게 될 것이므로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중후한 구성으로 바티칸시국의 성베드로 대성당 전체에 투영되는 영상의 스펙터클함에 매료될 것이므로 주목 받아 마땅한 영화라고 여겨진다.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의 명성에 어울리는 세계의 친구 프란치스코 교황님이기에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일 수 있는 이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 맨 오브 히스 워드’를 꼭 한 번 볼 것을 권한다.

하수정(클라라?부산 대천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