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교황청 외교관 만나 교회 대표하는 정체성 역설

입력일 2019-06-18 수정일 2019-06-18 발행일 2019-06-23 제 3150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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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대사, 권력과 부패 막는 하느님의 사람”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13일 교황청에서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교황대사를 만나고 있다. CNS

【바티칸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교황청의 외교관들에게 외교관이라는 호화로운 지위가 줄 수 있는 권력과 부패를 차단하고 복음 전파에 역점을 두는 하느님의 사람이 되라는 소명을 받았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6월 13일 교황대사 또는 유엔 및 국제기구 주재 교황청 상임 옵서버로 일하는 교황청 외교관 100여 명과 만났다.

교황대사는 교황을 대신한다고 강조한 교황은 다른 사람처럼 교황대사도 “유감과 연민, 반감의 감정을 가질 수 있지만 좋은 교황대사가 ‘위선자’가 되거나 남을 뒤에서 중상하는 일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교황을 대리하면서, 뒤에서 교황을 비난하고 교황과 교황청, 로마교회에 적대적인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이런 세력과 결탁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교황대사 회의 며칠 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18년 교황 및 교황청 임원을 비난한 바 있는 전 주미 교황대사 카를로 비가노 대주교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교황은 준비한 20쪽 분량의 짧은 강연 자료를 읽지 않고 외교관들이 졸지 않도록 이들과 토론했다. 교황청 홍보를 위한 부서에 따르면, 교황이 준비한 강연 자료는 교황대사들에게 나눠줬다. 교황과 교황대사의 토론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준비한 강연 자료에 따르면, 교황은 교황대사의 삶을 규정짓는 10계명(decalogue)을 나열하면서, 그중 첫 번째는 하찮은 잡담이나 험담에 빠져들거나 “세속적 가치관에 현혹되지 않는 하느님의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하느님의 사람이 되지 못한 교황대사는 자신과 타인을 망칠 뿐 아니라, 자신이 생애를 바친 교회에도 해를 끼친다”고 말하고, “교황대사는 자신이 아닌 가톨릭교회 및 교황을 대표하는 교회의 사람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교황은 교황대사들이 “아버지나 목자가 아닌 악한 주인 같이 대사관 직원을 대우한다면 교회의 사람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월 가톨릭 매체인 ‘크럭스(Crux)’에서는 유엔 주재 교황청 대표부의 전 직원 여러 명이 전 책임자가 부패하고 자신들을 함부로 대했다고 고소한 내용을 보도했다.

교황은 교황대사의 또 다른 특성은 어디로 파견되든 복음을 전파하고 “가능한 한 많은 영혼의 구원과 성화”를 위해 일하는 사도적 열의라고 말하고, “복음 선포를 포기하고 정치적, 외교적 계산 아래 소심하거나 미지근함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일상용품도 없이 지내는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 온갖 명품을 찾는 교황대사도 있다”고 개탄하면서, “교황대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하는 자선을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은 외교적 호의를 베푸는 대가로 선물을 받지 말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