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빛의 화가’ 김인중 신부 유리화 설치한 수원교구 용인 신봉동성당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9-04-02 수정일 2019-04-03 발행일 2019-04-07 제 313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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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어루만져 주시는 듯
빛의 축복이 쏟아지네 

수원교구 용인 신봉동성당 제대 뒤편으로 설치된 김인중 신부 유리화.

김인중 신부.
창으로 쏟아지는 햇볕이 유리화를 만나 형형색색의 빛을 발산한다. 마치 하얀 캔버스 위에 뿌려진 물감이 빛으로 변한 듯하다. 색색의 빛은 서양의 추상화 같으면서도 동시에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하게 하는 조화로 가득 차있다.

유럽에서 ‘빛의 화가’, ‘스테인드글라스의 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재불 화가 김인중 신부(도미니코수도회)의 작품이 수원교구 용인 신봉동본당의 새 성당에 설치됐다. 김 신부의 유리화가 성당 전체에 걸쳐 대규모로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봉동성당에 설치된 김 신부의 작품은 제대 뒤편의 9m×6m 규모의 유리화를 비롯해 성당을 둘러싼 1m×6m 크기의 유리화 12개, 로비의 성모상 위에 자리한 직경 1m가량의 원형 유리화 등이다. 뿐만 아니라 세라믹으로 제작된 원형 십자가의 길도 김 신부 작품이다. 건축면적 2210.07㎡에 4층 규모 성당이 김 신부의 유리화와 작품으로 꾸며졌다.

김 신부의 유리화는 고전적인 납선 기법이 아닌 유리에 그림을 그리고 굽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 방식으로 김 신부는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화법으로 서양 추상화의 표현을 끌어냈다. 이런 김 신부 특유의 표현력은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프랑스 에브리(Evry)성당을 비롯해 스위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유럽 주요 성당에 김 신부의 작품이 설치됐다. 하지만 국내 성당에서는 대전 자양동성당의 지름 180㎝ 원형 유리화 외에는 김 신부의 작품을 찾아볼 수 없다.

김 신부의 유리화 설치는 신봉동본당이 성당건축에 신자들의 설문조사를 반영하면서 이뤄졌다. 설문조사 중 김 신부의 유리화를 사용하자는 의견이 모였고, 본당은 건축위원회를 구성해 2016년부터 프랑스의 김 신부를 방문, 교류하면서 성당건축을 준비했다.

제대 뒤편과 제대 오른쪽 유리화들.

이번에 설치된 유리화는 성당 전체가 유리화의 작품성을 살리도록 설계돼 더욱 눈길을 끈다. 노출 콘크리트 방식으로 설계된 성당은 그 자체로는 단조롭다. 하지만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등 색색의 빛을 내뿜는 유리화와 조화를 이루면서 화사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본당은 김 신부의 작품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김 신부의 작품을 여러 성당건축에 반영해온 프랑스 건축가 베르나르 게일러를 섭외해 성당을 디자인하고 설계했다. 설계는 프랑스의 현대건축물이지만 김 신부의 한국적인 예술 감각이 성당을 채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김 신부는 충남 공주 동학사계곡을 방문해 이번 작품을 구상하는 등 한국적인 유리화를 완성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였다.

본당 건축위원회 이병기(바오로·73) 위원장은 “전체적으로 유리화작품의 빛을 통해서 예수님을 만나고 위안을 얻는 콘셉트로 성당 분위기가 조성됐다”면서 “본당 신자들도 빛이 성당 전체를 둘러싸고 있어 새로운 세계에서 미사를 드리는 느낌이라며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