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평신도 신학자 꿈꾸는 가톨릭대 신학대학 19학번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19-03-12 수정일 2019-03-12 발행일 2019-03-17 제 3136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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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눈으로 교회 바라보며 신학 공부하고 싶어”
올해 평신도 신입생 8명 중 수능 치르고 온 입학생 6명
신학과 철학 배우고픈 열망 가득
미래 평신도 신학자로서 역할 고민

2019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고 입학한 평신도 신입생 6명이 3월 6일 신학교 진리관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평신도들은 사제요 예언자이며 왕이신 그리스도의 임무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교회의 생활과 활동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교회 공동체에는 평신도들의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평신도들의 활동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사목자들의 사도직도 완전한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10항의 내용이다. 교회의 수많은 평신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복음을 실천하고 있다. 사제 양성의 요람인 신학교에서도 학문적 봉사에 꿈을 품은 평신도들이 신학생, 수도자들과 함께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 올해 입학한 8명의 평신도 신입생

새 학기를 맞은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학장 전영준 신부, 이하 신학대학)은 지난 2월 28일 입학한 신입생들의 열정으로 새로운 활기가 가득 찼다.

2019년 신학대학에는 총 53명이 입학했고, 사제 지망생과 수도자를 제외한 평신도 통학생이 8명이었다. 평신도 통학생 2명은 가톨릭지도자 추천 전형으로, 6명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보고 들어왔다. 3월 6일 개강 첫 주 신학대학에서 만난, 수능을 보고 입학한 6명의 평신도 신입생들은 신학대학에 남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평신도 신입생 이해인(스콜라스티카·18·춘천교구 강촌본당)씨는 “신학대학 특성상 대부분 남학생들이고 사제 양성을 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너무 엄숙하지 않을까 걱정도 있었다”며 “하지만 막상 입학하고 나니 신학생들도 너무 밝고 여러모로 서로 챙겨주는 모습들에서 에너지를 느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신입생 전지혜(쟌느·19·서울 구파발본당)씨 역시 “신학대학에서만 느낄 수 있는 대학생활의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대로 신학대학은 학교 특성상 일반 평신도들, 특히 여성 평신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사제가 되기 위한 뚜렷한 지향만큼의 열정이 평신도들에게도 필요하다. 이에 대해 이씨는 “아버지가 평신도 선교사여서 신학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평신도도 당연히 신학을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입학 동기를 밝히며 “철학과 신학을 배울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그동안 과학을 절대 진리라 생각하고 이과 계열을 목표로 공부했지만, 인간과 신에 대해 깊이 연구할 수 있는 신학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진로를 변경했다”며 신학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이들에게서 여성 평신도 신학자로서의 포부가 엿보였다. 평신도 신학자의 활동이 미흡한 한국교회 현실에서 젊은 여성 신학도들이 훗날 평신도 신학자가 된다면 한국교회 여성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

신학대학이 평신도들에게 문을 개방한 것은 1855년 충북 제천 배론에 성 요셉 신학교가 최초로 설립된 이후 1972년 남녀공학으로 학제를 개편하면서부터다. 학제개편 첫해에 8명의 평신도가 입학했고, 1989년에는 역대 가장 많은 19명의 평신도가 입학하기도 했다. 신학대학은 지금까지 총 175명의 평신도 졸업생을 배출했다.

■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중요성

한편, 지난 3월 6일 교황청 공보실은 「2019 교황청연감」에서 “사제 수는 2010년 이래 처음으로 줄었지만 평신도 선교사는 1000여 명, 교리교사는 3만4000명이 늘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성직자, 수도자 성소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평신도의 비중이 커졌음을 알 수 있는 통계다. 또한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해 8월 16일 평신도 사도직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교회의 사명을 위해 여러분이 보태는 도움이 어떤 특별한 것이든, 여러분의 공동체 안에서 지속적인 교리 교육과 영성 지도를 통해 더욱더 알찬 평신도 양성을 계속 추진하도록 요청한다”고 말한 바 있다. 평신도 신학자로 교회 안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박문수(프란치스코) 소장은 “세계적으로 사제성소가 줄고 있고 한국도 과거와 다르게 사제성소 성장세가 더디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젊은 사제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에 도움을 주고자 준비된 평신도 신학자들이 많은 반면, 그들이 연구한 것을 교회에서 활용하기에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각자의 위치에서 볼 수 있는 눈이 있기 때문에 교회가 평신도 신학자나 능력 있는 평신도들과 함께한다면 보다 건강한 신앙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가톨릭대 신학대학장 전영준 신부

“신학자의 길, 첫 마음 그대로 간직하도록 지원할 것”

“평신도 신학자가 많이 육성돼 교회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전영준 신부는 평신도 신입생들에게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을 당부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전 신부는 올해 입학한 평신도들에 대해 “학교 당국에서 입시기간의 추이를 봤을 때, 통학생들은 마지막 날 몇 시간 남기고 원서를 접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원서 접수를 시작한 지 하루, 이틀 만에 지원하는 것을 보고 신학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뚜렷한 소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많은 평신도들이 신학대학을 졸업했지만, 졸업 이후 신학에 봉사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며 “이 부분은 한국교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면서 평신도 신학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사자들도 용기와 처음 가졌던 마음을 잘 간직하길 바라고, 학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전 신부는 신학대학의 변화 과정을 설명하며 “2012년부터 만학도 전형을 실시하면서 나이가 있는 평신도들에게도 신학을 배울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평신도들이 이성적·학문적으로 신앙을 성숙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이성이 뒷받침된 균형 있는 신앙은 건전한 신앙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전 신부는 신자들이 신학을 어렵게 느끼는 것에 대해 “성 아우구스티노, 성 토마스 아퀴나스 같은 교회의 대학자들도 아무리 헤아리려 해도 안 되는 것이 하느님에 대한 온전한 이해라고 고백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우리 신앙 선조들은 몇 마디 안 되는 교리를 듣고 순교에까지 이른 데서 알 수 있듯, 하느님을 알고자 하는 열망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잘 간직한다면 신학을 공부하는 중에 부딪히게 되는 어려운 난관들을 극복하고 깊이 있는 신앙을 갖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전 신부는 나아가 “국제적인 교류와 감각들을 익혀 보편교회와도 소통하고 아시아교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도 평신도 신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성직자, 수도자와 함께 평신도들도 국제적인 무대에서 신학을 연구하고 논의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