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교회법아 놀자] 개신교 세례를 받은 후 개종했는데 성당에서 또 세례를 받아야 하나요?

입력일 2013-06-04 수정일 2013-06-04 발행일 2013-06-09 제 2849호 1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궁금해요 저는 40여 년간 개신교 신자로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가톨릭교회로 개종하기로 결심하고 지금 예비자 교리반에서 가톨릭 세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가톨릭의 경우, 성공회 세례를 제외하곤 다른 개신교파의 세례를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기에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제가 읽은 미국의 관계 자료와 문헌을 보면, 미국의 가톨릭교회는 모든 개신교파의 세례를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여 개종자에게 또 다시 가톨릭 세례를 받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기존의 개신교 출신 그리스도인이 가톨릭교회로 오는 경우에는 가톨릭 신앙 고백과 견진을 동시에 실시한 뒤에 곧 바로 가톨릭교회의 정식 신자로 간주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더군요.

이러한 규정은 나라마다 다른 것인지, 그렇다면 가톨릭교회의 보편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신부님의 자세한 설명을 기다리겠습니다.

대답입니다 예, 좋은 질문입니다.

질문하신 분의 말씀대로 외국에서는 개신교의 세례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는 나라가 많습니다.

1983년 교회법전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세례 받았는지, 또는 세례가 유효하게 수여되었는지 의문되는 때에, 신중한 조사 후에도 의문이 남으면 그에게 조건부 세례가 수여되어야 한다.”(제 869조 1항)

이 법조문의 의미는 세례 여부에 대하여, 혹은 세례의 유효성에 대하여 의심할만한 중대한 이유가 없는 한, 또다시 세례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법전은 개신교의 세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규정합니다. 받은 개신교 세례에 대하여 정말 의심할 만한 중대한 이유가 있을 때만 조건부 세례를 주라고 합니다(제 869조 2항). 왜냐하면 세례는 평생 한 번밖에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성공회 외에 다른 개신교 세례를 그 유효성이 의심되는 것으로 볼까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종교 박람회를 방불케합니다. 수많은 개신교파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어떤 개신교는 세례성사의 필요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세례성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세례성사를 올바르게 집전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올바르게 집전하지 않는다는 것은 올바른 세례수의 사용과 올바르게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세례를 수여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제59조는 “성공회 이외에 기타 개신교파의 세례는 그 유효성이 의심이 된다”라고 규정합니다.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는 우리에게는 지켜야 할 더 상위법입니다. 따라서 각 주교회의는 개신교의 세례에 대해서 다르게 정할 수 있습니다. 개신교 세례를 보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설명이 충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신동철 신부(안동교구 남성동본당 주임)

신동철 신부는 199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로마 교황청립 라테란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 교회법에 대해 궁금한 점은 신동철 신부 stomaso@hanmail.net으로 문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