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신앙의 해 · 창간 86주년 기획 - 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 (9) 역사의 예수님에 관한 연구 ① 역사적인 예수 연구사

백운철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입력일 2013-05-21 수정일 2013-05-21 발행일 2013-05-26 제 284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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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종말론 vs 비종말론
대부분 성서학자, 종말론적인 예수상 받아들여
유다교 맥락서 예수 말씀·행위 등 동등하게 평가
나자렛 예수는 역사적으로 어떤 분이셨는가? 예언자, 현인, 메시아, 동정녀의 몸에서 태어난 하느님의 아들? 예수는 복음서에 씌어진 그대로 기적을 행하셨는가? 예수는 진정 육신으로 부활하셨는가? 예수의 역사적인 진실을 아는 것이 가능한가? 신앙과 역사의 관계는 무엇인가?

사실 역사적 예수의 문제는 신앙을 역사 위에 세우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는 이번 호에서 일반 성서학계에서 전개된 역사적 예수 연구사를 개관하고. 다음 호에서는 가톨릭 성서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역사적 예수 연구의 최근 동향을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 회에서는 가톨릭 성서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오늘날 역사적 예수의 문제가 신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결론으로 삼고자 한다.

■ 슈바이처와 ‘일관된 종말론’

근대의 계몽주의 이후 이성주의적인 신관이 득세하면서 복음서에 묘사된 기적과 부활 사건의 역사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18세기에 독일의 라이마루스(H.S.Reimarus)는 제자들이 예수의 시신을 훔쳐서 숨겨두고 예수가 부활했다는 사기극을 벌임으로써 그리스도교가 탄생했다고 보았다.

19세기에는 칸트의 영향을 받아 하느님의 나라를 도덕의 왕국으로 간주하고 예수를 도덕적 이상의 전형으로 소개하는 예수전들이 다수 등장하였다.

그러나 20세기 벽두에 슈바이처(A. Schweitzer)는 「예수 생애 연구사」라는 획기적인 책에서 18~19세기에 쓰여진 자유주의적 예수전들은 한결같이 작가의 눈에 가장 이상적으로 보이는 인격적 구조를 투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 복음서의 예수는 임박한 종말을 기대하면서 종말론적 윤리를 가르친 철저한 종말론자라는 것이다.

슈바이처의 ‘일관된 종말론’(consistent eschatology)은 향후 역사적 예수 연구의 방향을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슈바이처에 의하면 마태 10,23에서 예수는 제자들이 이스라엘을 다 돌기 전에 인자가 오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제자들이 다시금 귀환하고도(마르 6,30 루카 10,17) 인자가 도래하지 않자, 예수는 자신의 수난으로 종말론적 고난을 받아들여 하느님의 나라를 도래시키려 했다. 십자가 위에서의 예수는 자신의 수난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나라가 도래하지 않았음에 절망하며 죽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검은 역사의 수레바퀴에 매달려 함께 돌아감으로써 역사가 진행되는 한 그에 대한 회상은 언제나 반복되어 전해진다는 것이다.

슈바이처는 아프리카 선교를 그분께서 자신에게 부여하신 시대적 소명으로 인식하고, 생명에 대한 깊은 외경을 실천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의사로 일생을 마쳤다.
“복음서의 예수는 임박한 종말을 기대하면서 종말론적 윤리를 가르친 철저한 종말론자”라고 강조한 슈바이처의 ‘일관된 종말론’은 향후 역사적 예수 연구의 방향을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사진은 아프리카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슈바이처의 모습. 그는 아프리카 선교를 자신의 시대적 소명으로 인식했다.

■ 케제만과 제3의 탐구

슈바이처 이후에 역사적 예수 연구는 양식 비평의 영향을 받아 방법론적으로 큰 암초에 부딪히게 되었다.

양식 비평의 거장 불트만(R.Bultmann)은 부활 신앙의 관점에서 형성된 예수 전승으로부터 역사를 재구성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을 제기하였다.

그 뒤로 역사적 예수는 부활 신앙 안에 숨겨져 알 길이 없다는 불가지론이 20세기 전반의 성서학계를 풍미하였다.

그러다가 1953년 불트만의 제자 케제만(E.Kaesemann)은 ‘역사적 예수의 문제’라는 유명한 강연을 통하여 “만일 신앙의 그리스도가 예수의 역사와 완전히 무관하다면 그리스도교 신앙의 진리성 자체가 문제시 된다”고 지적하였다.

아울러 그는 예수 전승의 진정성을 살펴보는데 최소한의 기준으로 비유사성(dissimilarity)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케제만 이후 역사적 예수 연구는 급물살을 타고 전개되어 소위 제3의 탐구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70년대 이후로 전개된 예수 연구의 새로운 상황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동기와 방법론을 포괄하는데, 여기에는 예수 이해의 두 가지 상반되는 경향이 존재한다.

■ 비종말론적인 예수

신약학계는 종말론적인 예수, 곧 종말론적인 예언자 또는 종말론적인 메시아 예수를 주석학적으로 타당한 예수상으로 인정해 왔다.

그런데 80년대 이후 종말론적 예수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일단의 북미 학자들에 의해 개진되었다.

예수를 비 종말론적으로 해석하게 된 동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함께 작용하였다.

첫째, 양식 비평에 의거하여 불가지론적이고 비현실적이며 비정치적인 예수를 그려온 전통적인 연구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들은 인문 사회과학적 연구, 종교학, 비교 문화학 등 학제간 방법(Interdisciplinary

Method)을 사용하여 예수를 당대의 역사적이고 종교적인 배경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둘째, 80년대 이후 일부 학자들이 영지주의의 경향을 지닌 신약성서 외경의 역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함으로써 예수의 역사적 기원도 새롭게 평가하였다.

로빈슨(J.M.Robinson), 케스터(H.Koester), 크로싼(J.D.Crossan) 등은 1945년 이집트의 나그함마디 수도원에서 발견된 토마 복음서를 예수 어록(40~50년대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과 동시대에 놓음으로써 역사적 예수는 기실 묵시문학적 예언자가 아니라 지혜의 스승이었다고 해석한다.

다만 부활 이후의 교회 신앙 안에서 예수는 묵시문학적 인자와 동일시되었고 예수의 메시지를 묵시문학적으로 재해석하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커스 보그 (M. Borg)는 예수를 카리스마적 치유자, 거룩한 사람, 전복(顚覆)적 지혜교사로 소개한다.

가톨릭 사제였다가 환속한 크로싼에 의하면 예수는 모든 이들의 경제적 평등을 주장한 지중해 농경문화의 농부였다.

역사적 예수 연구의 이러한 경향을 주도한 것이 미국에서 1985년부터 6년 동안 진행된 예수 세미나(Jesus Seminar)였다.

예수 세미나는 1993년에 토마 복음서를 포함시킨 「The Five Gospels」라는 책에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책에서 예수 전승의 18%만이 그 진정성을 인정받았고 나머지 82%는 거부되었다.

예수 세미나가 펴낸 이 책은 20세기 일군의 북미 성서학계 학자들이 역사 비판적인 성서 연구 방법론을 부정적으로 활용하여 만들어 낸 극단적인 산물이다.

예수 세미나의 오류와 결점은 매우 분명하다. 말씀에 치중하여 행위를 무시한 일방적 자료 선택, 말씀의 진정성을 가리기 위한 투표 방식, 예수의 유다적 기원을 무시하는 방법론적 선입견, 신약 외경의 연대를 지나치게 상향 조절하여 중요자료로 활용한다는 점등이 그것이다.

■ 종말론적 예수

예수가 비종말론자였고 팔레스티나의 전복적 교사요, 견유학파의 현자였다는 주장을 전개하는 예수 세미나 학자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성서학자들은 종말론적인 예수 그리기를 고수한다. 그것은 복음서에 대한 주석학적인 연구의 결과이다.

비종말론적인 예수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역사의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는 단절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종말론적인 예수상 안에서 신앙과 역사는 서로 만날 수 있다. 종말론적 예수상을 그리는 학자들은 예수가 하느님 나라의 도래에 입각하여 율법을 급진적으로 해석하고 역사를 종말론적으로 이해하면서 유다교를 근본적으로 쇄신하려는 하느님 나라 운동의 창시자라고 본다.

그리고 이들은 예수의 종말론적인 신원과 기적에 대하여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들의 공통점은 예수의 말씀과 행위를 동등하게 평가하고 그것을 유다교의 맥락 안에서 이해하고자 시도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다음 호에서 올바른 역사적 예수 이해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가톨릭 성서 학계의 흐름 안에서 살펴볼 것이다.

백운철 신부
백운철 신부는 1985년 사제로 서품됐으며 파리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부터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신약성경을 가르치고 있으며 「주님의 길」(2012) 등 많은 역서와 논문을 썼다.

현재 대학원 교학부장 및 가톨릭대학교 사목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2011년부터 ‘신학과사상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백운철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