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선인들은 피리소리 하나로도 그 지방의 인심과 세정을 알았다고 한다. 오늘도 언어와 유행가의 가사나 곡조로서 민족성을 짐작할 수 있을 듯 한데 우리들의 언어와 유행가는 어떠한지? 세대차인지는 모르겠으나 건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노래 소리를 듣고 상을 찡그리고 개탄의 한숨을 내뿜는 일이 종종 있다. 더우기 「개자식」「개새끼」「죽일놈」「망할자식」 따위의 거칠은 욕설을 들을때는 전신에 소름이 끼친다. 각급 학교에서는 언어의 순화에 노력하고 있으나 아무 효과 없이 말은 점점 더 거칠어지기만 한다. 지금 밖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의 말에도 「병신새끼」「등신자식」 등이 연신들려 온다. 의좋게 노는 때도 말끝마다 욕설이니 서로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주고받는 모양이다.
외국의 욕설을 분석해 보자. 중국에서 흔히 쓰는 욕은 「불의의 씨」라는 뜻을 가진 것이로서 대개 윤리에 관한 것이며 미국에서는 「신의 저주를 받을 놈」, 「악마의 자식」 등의 종교적인 것이며 일본은 「귀한 양반」이라는 악담이라기보다 축복의 뜻을 가진 것을 욕설로 쓰고 있다. 「죽일놈」, 「육시를 할놈」 따위의 살상에 쓰는 민족은 우리밖에 없는 듯하다. 여기 미담하나를 소개하겠다. 내 고향에 성공회를 독실히 믿는 할아버지 한분이 계시다. 노소동락하는 분으로서 어린이들과도 재미있게 노시는데 이분 입에서는 상말 한마디 튀어나오는 일이 없다. 반드시 「부자 될 놈아」 「복 받을 놈아」라는 말로써 욕설을 대신한다. 일전에 고향에 갔더니 그분은 팔십 고개를 넘었는데도 정정하시며 자체는 효자 표창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우연한 일이 아니라 평생 남을 축복해 주었으니 이제 당신이 복을 받는 차례라고 생각된다. 이를 거울삼아 우리 가톨릭 청소년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거칠은 욕설 대신 「부자 될 놈」 「복 받을 놈」이라는 말로서 언어순화에 앞장서서 정다운 벗을 사귀며 명랑한 사회건설에 이바지해 주기를 부탁한다.成光鉉(청주 안나본당)